닫기

[기자의눈] 일본 새 ‘레이와’ 시대, 군국주의 퇴행 시대 일까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review.asiatoday.co.kr/kn/view.php?key=20190422010014482

글자크기

닫기

김예진 기자

승인 : 2019. 04. 23. 05:00

사진
“레이와(令和)의 영어 뜻풀이는 ‘아름다운 조화’다.” 지난 1일 밤 일본 외무성은 각국 일본대사관에 새 연호의 뜻을 이같이 설명하라고 지시했다. 영어권 외신들이 잇따라 부정적인 분석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도쿄 소재 템플대학교의 제프 킹스턴 교수는 “이번 일본의 새 연호 선정은 일본 정치의 우경화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레이와에서의 ‘와(和)’가 히로히토(裕仁) 일왕의 재위기 연호인 쇼와(昭和)의 ‘와(和)’와 같은 것이라면서 “일본의 과거 전쟁을 긍정적인 이야기로 승격시키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노력”이라고 덧붙였다. 히로히토는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일왕.

일본은 오는 5월 1일 나루히토(德仁) 왕세자를 새 일왕으로 즉위시키며 새로운 연호를 사용한다. ‘조화’ 또는 ‘평화’란 뜻을 품은 레이와는 과거 군국주의 망령으로 인해 본래의 취지마저 퇴색하고 있다. 킹스턴 교수의 주장 역시 이의 연장선장으로 볼 수 있다.

새 연호의 고안자로 알려진 나카니시 스스무(中西進·90)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 명예교수는 20일 “전후(태평양전쟁 종전 후) 약 70년간 일본 국민은 자국의 군국화를 그럭저럭 막아낸 덕분에 평화를 지켜왔다”며 “그러나 지금은 어려운 국면”이라고 말했다. 그 역시 일본의 군국주의 회귀, 그 정도는 안되더라도 지나친 국수주의에 대해서는 일말의 우려를 하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실제 지폐 도안 변경에서도 국수주의의 그림자는 짙어 보인다. 새로 1만엔권을 장식할 시부사와 에이이치(澁澤榮一·1840~1931년)가 대표적 인물. 그는 일본 자본주의가 제국주의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일본 자본의 한반도 침탈과 관련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일본의 모든 행위를 군국주의 또는 국수주의 관점에서 보는 것은 선입관을 뒷받침하는 근거만 수용하는 ‘확증편향’이다. 하지만 일본은 여전히 이웃나라로부터 침략국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다른 누구도 아닌 일본의 책임일 수 밖에 없다.


김예진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