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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서울시 재건축, 필요한건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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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숙 기자

승인 : 2019. 04. 24. 00:00

박지숙
건설부동산부 박지숙 기자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와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의 재건축 문제로 서울시청 주변이 시끄럽다. 서울시의 재건축 심의가 계속 미뤄지자 불만을 표출하고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지난 달 29일 은마아파트 주민이, 지난 9일에는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조합 입주민들이 서울광장 앞에서 재건축 정상화를 외쳤다. 특히 이들은 지난 17~19일 청와대사랑채 앞까지 가서 대통령에게 호소한다며 재건축 심의를 촉구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재건축해서 하루라도 살다 죽게 하라’, ‘주민 갈등 조장하는 서울시는 각성하라’, ‘이 핑계, 저 핑계, 서울시 언제까지 핑계만’ 등이 새겨진 피켓을 흔들기도 했다.

은마아파트와 잠실주공5단지는 1979년, 1977년 각각 준공돼 지어진지 40년을 훌쩍 넘긴 노후아파트다. 은마아파트의 경우 하수도나 배관이 심하게 부식됐고 건물 외벽도 금이 많이 간 상태로 재건축 안전진단서 하위등급인 D등급을 받았다. 두 단지 모두 재건축 추진에 나선지도 10년이 넘는다. 입주민들은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며 항변하고 있다.

서울시가 두 단지의 재건축 심의를 미루고 있는 것은 집값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입주민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박원순 시장은 최근 두 단지가 워낙 대규모고 투기 수요도 있어 현재로선 어렵다고 입장을 밝혔다. 지금까지도 강남3구의 부동산 시세를 견인하고 있는 두 단지에 재건축 승인이 날 경우 강남 집값은 요동치고 결국 서울 부동산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다. 때문에 서울시로선 정부의 집값 안정화 기조를 거슬러 섣불리 강남 재건축 심의에 나서기도 힘든 상황이다. 지난해 여의도·용산 국제업무지구 마스터플랜 개발을 추진하려다 집값이 폭등하면서 전면 보류했던 서울시가 강남 재건축 심의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마냥 재건축 심의를 늦추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입주민들은 준공 초기 입주한 토박이거나 장기간 살아온 고령자가 다수다. 지난 집단 시위에 모인 입주민들 역시 대부분 고령자였다. ‘재건축해서 하루라도 살다 죽게 하라’는 시위 문구는 터무니 없는 과장이 아니다.

박 시장은 특히 세제개혁과 함께 부동산 과세 강화를 강조하며 초과이익이나 투기이익 환수 문제를 거론했다. 이 역시 서울 집값 안정을 위한 고민의 흔적이겠지만 부동산 과세 강화는 결국 정부와 국회에 공을 넘긴 것으로 서울시 역할을 다 했다고 볼 수 없다. 시민활동가 출신으로 누구보다 소통에 적극적인 박 시장이 불안에 떨며 시위에 나선 이들을 찾아 서울시 입장을 충분히 밝히고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

골치 아픈 문제를 ‘심의 보류’로 회피하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꼴이다. 재건축 과정에서 투기세력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정부와 대안을 모색하는 동시에 입주민들과의 끊임없는 소통으로 불안을 해소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지금 서울시가 할 일이다.
박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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