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격 확 낮춘 비난… 한·미 정상회담 후 약 열흘만

통신 "(미사일지침 종료로) 공격 야심 분명해져… 자기방어 역량 강화 탓할 근거 없어져"
영문으로만 발표하며 미국 겨냥
'대남패싱' 기조는 여전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가 지난 22일 영변 핵시설을 촬영한 상업용 위성사진을 토대로 “북한의 영변 핵시설단지가 계속 가동되는 징후가 있지만, 핵물질 추출에 필요한 연료봉을 옮긴 증거는 없다”고 28일(현지시간) 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 결과와 미사일지침 종료를 두고 약 열흘 만에 비난 메시지를 보냈다. 다만 김여정 담화와 같은 고위당국자 이름의 성명이나 외무성 담화 등의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닌 격을 확 낮춘 조선중앙통신 논평이기에 향후 대화 재개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31일 김명철 논평원 명의의 ‘무엇을 노린 미사일 지침 종료인가’라는 글에서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 조치는 미국의 호전적인 대북정책과 그들의 수치스러운 ‘이중 언행’의 적나라한 상기”이라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북한의 관영매체로서 정부의 공식 입장을 전하는 공신력 있는 매체이지만 이같은 논평원 명의의 비난은 기존에 비해 격을 한참 낮춘 비난 수위다.

통신은 “많은 국가들이 바이든 행정부가 공들여 만든 ‘실용적인 접근’과 ‘최대 유연성’이라는 미국의 핵심 대북정책이 그저 속임수라고 보고 있다”며 “미사일 지침 종료는 한반도 긴장 고조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를 명백히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또 “이제 미국과 남측 당국이 그들의 공격 야심을 분명히 했으니 북한이 자기방어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을 탓할 어떤 근거도 없게 됐다”고 강조했다.

통신은 미국이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며 전시 상황인 한반도에 중대하고 불안정한 상황을 몰고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비난 메시지의 초점은 한국보다 미국에 맞춰져 있다. 통신은 “우리의 목표는 남조선 군이 아닌 미국”이라며 향후 협상 테이블의 상대가 미국일 것이라는 점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미국을 강대강, 선대선 원칙에 따라 대할 것”이라고 강조해 향후 대화 재개 가능성도 남겨뒀다.

통신은 대미 비난수위는 조절하면서 대남 발언 수위는 한껏 끌어올렸다. 통신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미사일지침 종료와 관련해 “그의 이쪽저쪽의 반응을 보려는 꼴사나운 행태에 구역질이 난다”고 비난했다.

통신은 이번 비난 메시지를 31일 오전까지 영문으로만 발표해 미국을 겨냥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의 이러한 노골적인 ‘대남패싱’은 향후 대화 재개의 마지막 기회로 여기는 임기 말의 문재인정부에게 더 큰 부담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지만 북한은 외무성 고위 당국자 발의 비난 메시지가 아니라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 이후 약 열흘 만에 낸 대외 반응이라는 점, 논평원 수준의 메시지로 미국의 반응을 살피고 있다는 점도 대화 재개의 여지를 남겼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