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연이은 대화 거부…북·미 대화재개 난항

리선권 "美와 그 어떤 접촉 가능성 생각 안해"
미 국무부 "우리는 여전히 외교에 열려 있어"
당분간 양자간 대화 재개 평행선 가능성 높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2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함께 전원회의를 마친 뒤 당 중앙위원회 간부들과 국무위원회 연주단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대화를 촉구하는 미국의 제안에 연이틀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북·미 간 대화재개에 적신호가 켜졌다. 미국도 북한이 원하는 선제적 조치를 먼저 들어줄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당분간 북·미 간 입장이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커졌다.

리선권 북한 외무상은 23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내고 “우리는 아까운 시간을 잃는 무의미한 미국과의 그 어떤 접촉과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우리 외무성은 당중앙위원회 부부장(김여정)이 미국의 섣부른 평가와 억측과 기대를 일축해버리는 명확한 담화를 발표한 데 대해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22일 “미국은 아마도 스스로를 위안하는 쪽으로 해몽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스스로 잘못 가진 기대는 자신들을 더 큰 실망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고 거절 의사를 분명히 한 바 있다.

다만 이례적으로 짧은 일련의 담화 내용에서 미국을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비난 메시지는 없어 대화의 판을 완전히 깬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국무부도 일련의 북한 담화에 대해 여전히 대화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23일(현지시간) 북한의 담화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외교에 여전히 열려있고 북한이 우리의 대화 제의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하지만 대화 제의를 일축하고 있는 북한과 제재 일부 완화 등 선제적 조치를 고려하지 않는 미국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빠른 시일 내에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성 김 대북특별대표도 방한기간 가진 전문가들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북한을 대화로 이끌기 위한 대북 인센티브 제공 의사는 없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센터장은 “북한은 중국과 먼저 대화하고 미국과의 대화는 다음에 생각하는 ‘선중후미’ 전략을 넘어 미국과의 대화는 배제하는 ‘통중배미’ 전략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며 “북한은 중국과 협조가 잘 되면 핵포기를 요구하는 미국과 굳이 대화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기 위해선 중국과 한국도 참여하는 북핵 4자회담 개최와 중국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북한의 담화와 관련해 “담화에 대해 특별히 논평할 입장을 갖고 있지 않다”며 “한반도 정세를 평화적이고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가장 좋은 길은 대화와 협력에 있다는 정부 입장엔 전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