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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정전 61년, 군 매너리즘 위기…다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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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형 기자

승인 : 2014. 06. 26. 15:34

황진하 새 국방위원장, 총기사고 진단과 대책
국회는 지난 21일 강원도 최전방 총기난사·무장탈영 사고 이후 사흘 만에 미루어 왔던 원구성에 착수했다. 여당 몫인 국방위원장은 3성장군 출신의 황진하 새누리당 의원이 맡게 됐다. 황 위원장은 24일 본회의에서 위원장에 선출된 직후 국방부로부터 보고를 받았고, 보고가 끝나자마자 사고 부상자들을 찾아가는 등 숨 돌릴 틈 없는 시간을 보냈다. 아시아투데이는 26일 황 위원장과 인터뷰를 갖고 이번 사고에 대한 진단과 대책을 들어봤다. 진단의 핵심은 ‘정전체제 61년 장기화로 인한 군의 매너리즘 위기’였고, 대책의 핵심은 ‘부대관리만이 아닌 옛 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검토’였다.

사본 -황진하의원님_측면사진
19대국회 후반기 국방위원장인 황진하 새누리당 의원.
-이번 사고에서도 군의 늑장보고·대처가 논란이 되고 있다. 오히려 천안함 사건 때보다 청와대 보고시간이 늦었다.

“보고가 2시간이나 지체된 것은 분명히 잘못됐다. 군의 고질적인 문제다. 사고가 발생하면 우선 팩트 자체만 먼저 보고하고 상세한 부분은 이후 파악해서 보고해야 하는데 자꾸 사건 전모를 파악해 보고하려 하기 때문에시간이 지체된다. 이번 사고는 초저녁에 발생해서 더욱 지체됐다. 저녁식사를 하고 한창 야간투입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다. 근무교대 시간이다보니 더욱 초동단계에서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국민들 중에는 군을 의혹의 눈길로 보는 분들도 있다.

“군이 조작을 하다보니 보고가 지체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갖는 분들도 있지만 제 군생활 경험으로는 보고 지체는 대부분 사고발생 직후 경황이 없는 상태에서 누가 어디서 사고를 냈느냐를 파악하느라 시간을 허비하기 때문이었다. 일종의 병폐다. 자주 6하원칙에 의거해 보고하라는 말을 들어서다. 지휘관 시절 저는 무슨 일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우선 보고하고 6하원칙에 의한 보고를 다시 하라고 강조해왔는데 아직까지 이것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단 초동단계에서는 사고자가 누구고 피해자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이런 사고가 터졌다는 식의 보고가 우선돼야 한다.”
-군이 임모 병장 병원 후송과정에서 언론과 국민을 속이면서 의심은 커지고 있다.

“저도 보고 답답했다. 언론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킬 의무가 있고, 사실을 신속하게 파악해 전달해야 하는 것은 맞다. 다만 사고수습이라는 시각에서 보면 촌각을 다투는 경우가 있다.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나 국가기밀을 보호해야 하는 상황이니 군은 이해해달라는 입장이다. 계속해서 군이 신뢰를 쌓아가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집단따돌림이 분명하든 아니든 군이 부대관리 책임을 면할 수 없지 않나.

“최종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은 가운데 함부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사고의 배경에는 분명히 군의 부대관리 잘못이 있다. 다만 어느 한쪽으로 책임을 전부 몰아가서는 안 된다. 해당 부대 차원에서 병사의 관리를 제대로 했느냐는 문제가 우선 있고, 또 상급부대에서 해당 부대의 어려움에 대해 제대로 조처했는지의 문제가 있다. 관심병사가 많아서 경계병력 운용이 어렵다면 ‘후방부대 병력과 교체해달라’는 요청을 해야 했고, 그 요청에 대한 조치가 있어야 했다. 이를 따져봐야 한다. 더 크게 보면 국방정책 중에서도 개선해야 할 점이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

-자꾸 이 같은 사고가 반복해서 터지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사고가 터질 때마다 군은 각성한다고 하지만 정전체제가 자그마치 61년째다. 군이 매너리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장기간 정전체제가 이어지다보니 매너리즘이 스며들 가능성이 높아 우려된다. 군이 각고의 노력으로 극복해야 할 문제인데 쉽지 않다. 군은 지금까지 해 온 대로 해서는 안 된다. 이번 사고는 단지 부대관리 부분만이 아니라 리더십·지휘기법 등 모든 것을 대오각성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국방위원장으로서 해야 할 부분도 있지 않나.

“지금 이 시기에는 군장병 사기·군기·군민관계 회복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들을 군대에 보내지 않겠다는 국민들이 많아질까 우려된다. 이번 사고는 분명 군이 잘못한 일이다. 아들을 가족의 품에 무사히 돌려보내지 못한 책임이 크다. 하지만 군은 남의 군대가 아니다. 군이 잘했든 잘못했든, 귀찮아도 부담이 되더라도 국방을 위해서는 국민이 주인의 자세로 임해주셔야 한다. 군이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비판을 하더라도 애정어린 비판을 해야 한다. 비판을 위한 비판은 안 된다. 저도 국방위원장으로서 군민관계의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노력을 경주하겠다. 할 수 있는 일은 다하겠다.”
송병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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