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국의 결의 위반 지적에 “앞뒤 계산도 못하고 아무 말이나 망탕거려”

리병철 "미국의 대조선 적대감에 강한 우려"
"미국, 첫 시작 잘못 떼"
'원수' 칭호 받은 2인자 리병철, 사실상 김정은 메시지 담아

북한이 지난 25일 새로 개발한 신형전술유도탄 시험발사를 진행했다며 탄도미사일 발사를 공식 확인했다./연합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를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규정한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첫 시작을 잘못 뗐다”며 작심 발언하면서 미국과의 신경전을 이어갔다.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할 즈음부터 ‘강대강·선대선’ 원칙을 내세우며 미국에 전격적인 태도 전환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라는 단어를 명확히 쓰며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있기 전에는 제재 완화를 할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리병철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27일 담화문을 내고 “자위권에 속하는 정상적인 무기시험을 두고 미국의 집권자가 유엔 ‘결의’ 위반이라고 걸고 들며 극도로 체질화된 대조선 적대감을 숨김없이 드러낸 데 대하여 강한 우려를 표한다”고 비난했다.

북한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탄도미사일 발사를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 국가의 자위권에 대한 노골적인 침해와 도발이라고 규정했다. 리 부위원장은 “나는 미국의 새 정권이 분명 첫 시작을 잘못 떼였다고 생각한다”며 “앞뒤 계산도 못 하고 아무런 말이나 계속 망탕(마구잡이)하는 경우 미국은 좋지 못한 일을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규정하며 “북한이 긴장 고조를 선택한다면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이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정면 반박하고 나서는 모양새다.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 때부터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대미 원칙인 ‘강대강’을 실현하고 있다.

리 부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북한인민군의 최고 계급인 원수 칭호를 받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이어 서열 2위에 올랐다. 따라서 이번 그의 담화는 사실상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를 담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험악한 북·미 관계는 모두 미국에게 원인이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발언 하나하나를 문제 삼고 있다. 실제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은 북한 인권 실태를 지적했고, 북한 체제를 강압적이고 압제적인 정권으로 규정했다. 대북정책을 최종 검토 중인 바이든 행정부의 움직임을 조심스레 지켜보던 북한도 강한 불만을 쏟아내며 강경한 태도로 돌아서는 중이다.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발표를 앞두고 말폭탄에 이어 연일 미사일을 발사하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북한과 미국은 제재완화와 비핵화조치를 각각 먼저 요구하고 있는 만큼 대화의 접점을 찾기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번 주 말께 한·미·일 안보실장 협의를 열고 동맹국들과 대북정책 최종 조율에 나선다.

리 부위원장은 담화에서 “미국의 새 정권의 호전적인 자세는 우리가 어느 길로 가야 하는가를 다시금 가리켜주고 있다”며 ‘강대강 선대선’ 원칙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북한은 당분간 군사훈련을 명분으로 크고 작은 도발을 이어갈 가능성도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