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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정용진과 머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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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연 기자

승인 : 2021. 06. 10. 06:00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행보를 보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겹쳐 보일 때가 많다. 사람들의 관심을 환기시켜 전기차, 가상화폐, 프로야구 등을 가장 뜨거운 위치에 올려놓은 능력이 비슷하다. 그리고 또 유사한 점은 언행이다. 생각지 못한 발언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머스크는 가상화폐와 관련된 트윗을 쏟아내면서 투자자들의 머리를 감싸게 만들었다. 그리고 국제 해커집단 ‘어나니머스’로부터 “당신의 가상화폐 놀이 때문에 여러 삶이 파괴됐다”는 경고도 받았다. 정 부회장은 인스타그램에 자주 쓰던 말인 ‘미안하다, 고맙다’가 과거 문재인 대통령의 세월호 관련 방명록 문구를 떠올리게 한다는 주장으로 논란이 됐다.

계속되는 논란에 대한 우려는 신세계 내부에서도 있었던 듯 하다. 8일 정 부회장은 “우리 홍보실장이 오해받을 일 하지 말란다”라면서 “50년 넘는 습관도 고쳐야 한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최근의 논란을 일단락하려는 뉘앙스로 읽혔다. 다만 궁금증은 남는다. 한 기업의 총수가 SNS 내용으로 자꾸 세간의 관심을 받는 게 과연 긍정적인 효과로 작용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정 부회장이 소시민 같은 모습을 보여준 것은 지난 1월 이마트 유튜브 채널에 등장했을 때다. 이 때 해남의 배추 산지 근처 시장에 들러 한 상인이 ‘뭐하는 분이시냐’고 묻자 ‘장사해요’라고 답한 모습에 많은 네티즌들이 주목했다. 아마 정 부회장이 이마트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 가장 친근하게 다가간 순간이 아닌가 한다. 정 부회장은 야구팬들에게 ‘용진이형’이라고 불리며 팬들과 직접 소통하고, SSG랜더스의 선수들을 격려하는 게시물도 올리며 오랜만에 한껏 끌어올려진 야구 열기를 이어가는데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논란은 소모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적어도 이마트의 아무 사업과도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논란은 경직되고 보수적인 국내 재계에서 극히 드문 일이기 때문에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에 대한 답은 없다. 아마 정 부회장의 향후 행보가 ‘주목받는 기업인이 논란의 중심에 섰을 때 대처법’에 대한 선례가 되지 않을까 한다.

재계에 ‘오너 리스크’라는 말은 자주 등장하지만 그 반대말은 거의 보지 못했다. 그만큼 한국 사회에서 오너, 총수의 자리는 강력하고 치명적이다. 이 점은 그 누구보다 정 부회장이 가장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안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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