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 대신 ‘트랙터’… 북한, 열병식서 ‘수위 조절’

'비정규군 중심' 심야 열병식 개최
재래식 무기 실은 트랙터 등장
통일부 당국자 "열병식, 대외 메시지 발신 조절 창구로 활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일 0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정권수립 73주년(9·9절) 경축 민간 및 안전무력 열병식에 참석해 참석자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연합

북한이 9일 자정 정권수립일로 기념하는 ‘9·9절’ 73주년을 맞아 열병식을 진행했다. 올해는 정권수립 73주년으로 5·10년마다 대규모로 기념하는 ‘정주년’은 아니지만 열병식이 열렸다. 주민들의 이목을 내부로 돌리고 결속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북한이 정권수립일에 열병식을 진행한 것은 2018년 이후 처음이다.

조선중앙통신은 9일 “공화국 창건 73돌 경축 민간 및 안전무력 열병식이 수도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 성대히 거행됐다”며 “9월 9일 0시 환영곡이 울리는 가운데 김정은 동지께서 열병광장 주석단에 나오셨다”고 전했다. 이날 열병식은 노농적위군과 사회안전군 중심으로 열렸다. 노농적위군은 우리의 예비군 성격의 조직이며 사회안전군은 경찰에 준한다.

공개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등 비대칭전력 자산은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122mm 다연장 로켓과 불새 대전차미사일 등 재래식 무기를 실은 트랙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이 열병식을 비정규군 중심으로 구성하면서 일부 재래식 무기만 선보인 것은 향후 협상 재개를 의식해 도발 수위를 낮춘 것으로 읽힌다. 북핵협상 대상인 미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열병식에 모습을 드러냈으나 직접 연설은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신 리일환 당 비서가 연설을 맡아 “오늘의 장엄한 열병식은 공화국의 아들 딸들이 사랑하는 어머니 조국에 드리는 가장 숭고한 경의”라고 강조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추후 조선중앙TV의 녹화중계라든지 열병식 등에서 이뤄진 전반적인 내용에 대한 후속보도를 보며 (열병식 개최 의미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당국자는 5·10주년 단위로 끊어지는 이른바 ‘정주년’이 아님에도 북한이 정권수립일 73주년에 열병식을 개최한 것에 대해 “내부 체제결속은 물론 대외적으로 보낼 메시지를 적절히 조절하는 창구로 활용하는 동향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 당국은 관련 대외 메시지가 나올 시 종합적인 판단을 위해 북한 동향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