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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청와대 미술관?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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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2. 08. 11. 10:07

전혜원
전혜원 문화스포츠부 부장
우리 속담 중에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는 말이 있다. 급하게 서두르면 일을 그르치기 쉬우므로 급히 서두르지 말라는 의미다. 청와대 활용 방안을 둘러싼 논란을 보며 이 속담이 떠오른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며 미술전시 중심의 복합문화예술공간을 표방한 청와대 운영 청사진을 제시했다.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처럼 원형을 보존하면서 역사, 자연을 품은 고품격 문화예술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문체부는 올 가을 청와대 소장품 특별전을 연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하지만 이러한 청와대 활용 청사진에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내부에서부터 불협화음이 불거졌다. 문체부 소속기관인 문화재청 노조, 정책자문기관인 문화재위원회가 반대 깃발을 든 것. 문화재위원들은 청와대의 역사성을 고려한 조사·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채 활용방안이 먼저 발표된 데 따른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사실 70여 년 간 권부의 심장이었던 청와대는 학자나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어 청와대 권역의 문화재와 유적에 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때문에 기초조사와 발굴작업이 충분히 진행되고 나서 그 활용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순서로 보인다.
그 다음으로는 국민적 합의가 우선시돼야 할 것이다. 국민들의 공감대 형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졸속 추진되는 활용계획은 반발을 불러일으킨다. 정부는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했지만, 국민이 청와대를 돌려달라고 한 적은 없다. 또한 청와대를 거대한 미술관으로 재탄생시키겠다는 계획도 국민이 먼저 원했던가. 청와대와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베르사유 궁전을 모델로 거론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준비가 필요한 일을 급하게 서둘러 하면 사상누각을 짓는 것에 그쳐, 결국 나중에 다시 바로잡기 위해 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청와대 활용 청사진은 민주적인 공론화 과정을 거쳐 보다 신중하게 그려져야 한다.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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