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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로] 상생보험, 껍데기는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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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희 기자

승인 : 2023. 09. 06. 17:16

오경희
'상부상조(相扶相助).' 서로 돕는다는 뜻이다. 우리 조상들은 이를 미덕으로 삼았다. 조선시대의 두레와 품앗이 등이 그렇다. 보험도 같은 맥락인 '환난상휼(患難相恤)'의 정신을 근간으로 한다. 매달 많은 사람이 일정한 보험료를 내고 재앙을 당했을 때 지불액 이상의 보험금을 지급 받는 구조다.

그런데 어째설까. 요즘 보험사들의 고민거리 가운데 하나가 '상생(相生)'이다. 업계에 따르면 각 보험사들은 취약층을 위한 특별보험 상품, 이른바 '상생 보험' 출시에 대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 금융당국이 보험사들에 '상생 금융'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보험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낸 만큼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사회 환원에 동참하라는 취지다.

당국의 기대에 부응한 곳은 현재 생명보험사 '빅 3' 중 한화생명이 유일하다. 지난달 21일 '2030 목돈마련 디딤돌 저축보험'을 출시했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은 상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지만 진전이 없는 상태다. 구체적인 시기나 상품 특징 등 결정된 게 없다.

다른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들도 경쟁사들의 동향을 살피며 눈치만 보고 있다. 은행의 예·적금과 달리 보험은 장기 운용 상품으로 초저금리 환원 시 건전성과 실익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특히 9월 결산부터 당국의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 적용에 따른 실적 변동 여부도 변수다.
옛말에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고 했다. 각 회사의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보험의 본질을 잊어선 안된다. 고객의 미래 위험을 보장하는 대신 보험료로 수익을 내며 상부상조해온 만큼 자발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은 진정한 '상생 금융'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보험업의 특성이나 실정을 고려하지 않은 탑다운(하향식) 방식은 '상생'의 취지에 걸맞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당국과 보험사들이 번지르르한 껍데기는 내던지고 실속 있는 '상생 금융'에 나서길 기대해 본다.
오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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