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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기 칼럼] 이스라엘의 국가 수호 결기, ‘자강(自强) 기반 동맹’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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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3. 10. 25.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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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기 전 고려대 교수
지난 7일 팔레스타인의 무장단체 중 하나인 하마스(Hamas)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다. 하마스 대원들이 공중에서 패러글라이딩으로 국경을 넘어 이스라엘 축제장을 급습하고 수백 명의 인질을 납치하는 장면이 공개됐다. 이 장면은 전 세계인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또한 세계는 5차 중동전쟁으로 비화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은 종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편 하마스의 기습공격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스라엘의 방심(放心)이 한몫했다는 진단이다. 즉 이스라엘이 월등한 무기 성능에 안주한 방심이 방공망을 무력화시킨 주범으로 작동했다는 평가다. 결국 방심이 만든 참화다.

그러나 방심이 만든 참화에 이스라엘 국민들은 전장(戰場)을 외면하지 않고 신속하고도 단호한 결기로 전장을 선택했다. 하마스의 기습공격 직후 이스라엘 정부의 선전 포고와 동시에 36만명의 예비군소집령을 내리자 48시간 만에 소집을 완료하고 부대 배치도 마쳤다. 소집 인원 36만명 중 6만명이 해외에서 응했다. 이들은 국가수호와 건강한 평화를 지키려는 일념으로 전장을 선택했다고 한다. 이는 1947년 이스라엘의 독립 이후 흔들림 없는 참모습이다. 이런 이스라엘 국민들의 '경외(敬畏)로운 선택'이 이스라엘 존립 근거로 작동한 원동력이었다. 물론 이 원동력은 쉽게 퇴화하지도 않을 것 같다. 국가수호의 결기와 가공할 국민적 에너지의 결집은 참으로 돋보였다.

한편 70년 이상 지속된 남북의 극단적 대치로 북한 전체주의 체제의 위협과 도발은 멈춤이 없다. 특히 북한이 하마스의 기습공격 전술의 전수자라는 정황 증거는 북한의 기습공격에 노출된 우리에게는 위협적 징후다. 그러나 종북 좌파는 북한 위협과 도발에는 눈을 감고 오히려 미사여구로 국론 분열을 조장해 왔다. 이런 우리의 현실과 달리 이스라엘은 결기와 결집이 부러운 건 당연하다. 따라서 우리는 하마스의 기습공격과 이스라엘의 가공할 국민적 에너지 결집 현상들이 주는 교훈을 찾고 대비책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 지난해 9월 김정은은 '핵무력정책법'을 제정하면서 '영토완정(領土完整)'을 강조했다. 김정은의 영토완정은 '핵을 앞세워 북한 주도로 한반도를 통일하겠다'는 의미다. 우리의 힘이 취약하면 북한 주도의 통일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

제1의 국가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가는 대내적으로 튼튼한 치안으로 국민의 생활안정을, 대외적으로 굳건한 국방·안보로 외침을 막아낼 전략을 구비·실행해야 한다. 특히 외침에 대비한 국방·안보전략의 중요성은 국가의 존망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물론 국가·안보전략은 핵심가치, 경제력, 지정학적 요소, 세계질서 변화 등등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시대를 막론하고 국가 간의 이해충돌은 언제나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그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주·자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 일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숙명적 지정학적 조건과 남북분단이라는 당면한 현실적 여건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여건들을 감안된 국방·안보전략 마련은 당연한 귀결이다.

국방·안보전략의 핵심 요소는 자강과 동맹이다. 자강이 동맹보다 중요한 요소라는 건 상식이다. 자강이 없으면 동맹도 없기 때문이다. 자강이란 '적어도 우리에 대한 공격이 이익보다 더 큰 손해를 본다는 메시지를 알릴 국방능력을 갖추고, 우리의 선택으로 동맹관계를 맺을 수 있는 일정 정도의 국방력을 구비하는 것'이다. 즉 자주적 방위능력을 구비하는 것이 자강이다. 자주적 방위능력은 1차적으로 현대적 장비를 확충하여 국방력에 의해서 유지된다. 하지만 군 장병들의 정신력과 국민들이 단합된 힘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핵심 요소다. 즉 현대적 장비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정신적 자강은 필수 요소다. 이번 하마스의 기습공격에 대응하는 이스라엘 국민들의 결기와 결집의 모습은 정신적 자강의 중요성을 다시 보여준 사례다. 정신적 자강을 경시하지 말라는 경고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 건국 이후 정신적 자강을 스스로 폄훼하는 수많은 자해(自害) 행위를 거리낌 없이 해왔다. 즉 국가 정체성을 훼손하고 정통성을 부인하고 군의 긍정적 역할을 평가절하하고 독자생존의 길 모색을 회피해 왔다. 특히 6·25전쟁 이후 미국 의존성의 심화로 대외의존적 타성과 관행에 안주하는 습속이 생겼다. 이런 습속은 큰 문제다. 급기야 우리의 국방·안보적 위협을 미국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운명론이 자리 잡았다. 또한 지도자들은 '평화', '민족' 등등의 단어로 북한의 남침야욕을 부정하고, 전체주의에 굴복하는 '더러운 평화'를 강요해 왔다. 이는 정신적 자강을 훼손하는 자멸(自滅)의 길이다. 참으로 위험한 행태다.

물론 자강만이 전가의 보도는 아니다. 부족한 자강은 동맹으로 보완해야 한다. 동맹은 외부 위협에 대한 인식 공유로 상호협력과 공존공영이 기초다. 하지만 동맹은 불편하다. 불편함은 국가가 동맹국으로부터 안전보장의 대가로 치르는 비용이다. 그 비용은 자율성의 양보와 필요한 실질 경비의 지불이다. 특히 한미동맹은 북한의 핵위협과 도발, 중국의 패권적 팽창에 유용한 결사체로서의 역할을 담당해 왔고, 앞으로도 그 기능을 수행할 것이다. 따라서 한미동맹은 우리의 생존과 번영을 확보해 주는 제도적 장치다. 그러나 관성적 타성으로 자강보다 동맹에 더 의존하면서 자강의 길을 막는 것은 잘못이다. 이제 우리의 대외의존적 타성과 관행에서 벗어나 자강의 길을 찾아야 한다. 바로 6·25 전쟁 이후 고착된 '동맹 기반 자강'에서 벗어나 '자강 기반 동맹'으로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 이번 이스라엘의 결기와 결집의 출발도 '자강 기반 동맹'이다. 이를 위한 국민과 정부의 인식·정책 전환이 절실하다.

조영기 전 고려대 교수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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