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창간 18주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확대와 세계 경제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review.asiatoday.co.kr/kn/view.php?key=20231105010002495

글자크기

닫기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3. 11. 09. 06:00

2개의 전쟁과 세계 경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확전과 에너지 가격
美-이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확대 회피에 이해관계 일치
이란 '저항의 축' 참전, 5차 중동戰 시나리오와 2차 석유파동
가자지구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집을 떠난 팔레스타인인들이 지난달 23일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 있는 피난처인 유엔 운영 학교에서 자원봉사자로부터 식량 배급을 받고 있다./AFP·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인한 전 세계적 보건 위기와 공급망 문제에서 회복력을 보이기 시작한 세계 경제가 '두개의 전쟁'이라는 새로운 위기에 직면했다.

◇ 코로나19 팬데믹·우크라이나 전쟁·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세계 경제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확전될 경우 2020년부터 3년여간 지속됐던 코로나19 팬데믹, 2022년 2월부터 지금까지 진행 중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문제와 기록적인 인플레이션 여파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세계 경제의 성장률을 떨어뜨리고, 에너지·식량 가격 상승을 촉발할 수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세계은행(WB) 아제이 방가 총재는 지난달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진행된 연례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포럼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이제 겨우 연착륙의 길을 찾은 세계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이 지난달 30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완전히 파괴된 가자시티 텔 알-하와 지역을 걷고 있다./EPA·연합뉴스
◇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확전과 에너지 가격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 이란과 이 수니파 종주국이 지원하는 레바논의 헤즈볼라·가자지구의 이슬라믹 지하드, 그리고 이라크·시리아·예멘 등의 시아파 무장단체 등 '저항의 축'이 참전해 제5차 중동전쟁이 발발하면 제2차 석유 파동 등으로 세계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WB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확대하면 석유를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인더밋 길 WB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동의 최근 분쟁은 1970년대 이후 원자재 시장에 가장 큰 충격을 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바로 뒤따른다"며 "분쟁이 확산하면 세계 경제는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이중의 에너지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전쟁' 시작 이후 국제 유가 상승률은 약 6%로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쟁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전개될 경우 제1차 석유 파동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져 세계 석유 공급량이 하루 600만∼800만 배럴 줄고, 유가는 배럴당 140∼157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WB는 내다봤다.

피에르 올리비에르 고린차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국제 유가가 10% 상승하면 세계 경제 생산이 0.15%포인트 줄고, 인플레이션이 0.4%포인트 상승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1973년 10월 제4차 중동전쟁(욤 키푸르 전쟁) 당시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6개국은 이집트·시리아가 주축인 아랍 연합군은 지원하기 위해 배럴당 3.01달러였던 원유 가격을 일시에 5.11달러로 올렸고, 다음해 1월 11.65달러로 다시 인상했다. 그로 인해 거의 모든 1차 상품 가격이 상승, 세계 각국이 극심한 인플레이션 현상을 겪었고, 이는 미국의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 고도성장국의 저성장 시대 돌입 등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바이든 네타냐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가 지난달 18일 텔아비브 벤구리온 공항에 도착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포옹하고 있다./AP·연합뉴스
◇ 제5차 중동전쟁 발발 최악 시나리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기드온 라크만 수석 칼럼니스트는 이란이 지원하는 시아파 민병대 중 가장 강력한 헤즈볼라가 정밀 유도미사일 등으로 이스라엘군을 공격하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경고대로 이스라엘군이 헤즈볼라를 직접 공격하게 되고, 이에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참전하면서 전쟁이 확대될 수 있다고 봤다.

아울러 라크만 수석은 이란과 그 후원 민병대가 바레인·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시리아·이라크 등에 군대와 군사 시설을 두고 있는 미군에 공격을 감행할 경우 미국의 보복 공격이 이어질 것이고, 미국 해군이 세계 원유 주요 통행로인 호르무즈 해협 항행을 재개하고, 이란이 수중 지뢰 매설 등으로 해협 봉쇄에 나서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원유 수출 차질 등으로 세계 경제가 대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예멘의 시아파 후시 반군이 정밀 유도미사일로 사우디 리야드의 해수담수화플랜트 등에 대한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고 라크만 수석은 내다봤다.

블링컨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지난달 14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외교부에서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교부 장관과 회담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 미국과 이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확대 회피에 이해관계 일치

하지만 이란과 헤즈볼라가 이번 전쟁에 직접 관여할 가능성은 작다고 전문가들이 관측하는데 그 이유도 경제다. 이란인들은 미국의 경제제재로 실업자 증가 등 경제 문제에 봉착한 상황에서 전쟁에 관여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고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보도했다.

헤즈볼라도 거점인 레바논 경제가 4년 전 금융 위기 이후 파탄이 난 위기 상황을 잘 인지하고 있어 참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헤즈볼라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헤즈볼라와 레바논 정부 모두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고, 한 레바논 정치인도 헤즈볼라가 전쟁을 원했다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에 대한 기습 공격 때 합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군 병사 2명을 납치해 발발한 2006년 전쟁으로 레바논은 막대한 손해를 입었고, 그 전쟁 복구에 수년이 소요됐는데 전쟁 이후 헤즈볼라 지도자 사이드 하산 나스랄라는 "전쟁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만약 분쟁으로 이어질 줄 알았다면 작전을 실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제이슨 보도프 미국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장은 "대단히 불안하고 불확실하며 무서운 상황"이라면서도 확전은 누구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미국·이란 등 대다수가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
이스라엘군이 지난달 11일 이스라엘 남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경계 인근에서 자주곡사포를 발사하고 있다./AFP·연합뉴스
◇ 제5차 중동전쟁 발발과 제2차 석유 파동

'전쟁'이 확대돼도 제2차 석유 파동과 같은 세계 경제 혼란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뉴스위크는 지금 상황이 제1차 석유 파동 때와 다르다며 달러가 1973년 당시보다 압도적으로 강해져 과도한 달러 약세와 그에 따른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달러는 1971년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이 금과 달러 교환을 정지한다고 선언한 이후 약세가 지속됐으며 이는 자산 가치 하락을 우려한 산유국들이 원유 가격을 인상한 하나의 원인이 됐다.

하지만 지금은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있어 중동 정세가 악화하면 달러 매입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에 유가 상승에 따른 전 세계 인플레이션이 세계 금융 시스템 및 시장에 1970년대 초와 같은 대혼란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뉴스위크는 전망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