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범죄 25년형 후지모리 여생은 어디서? 페루 헌재 석방 결정

일본 도주 후 정치 복귀 노리다 2007년부터 수감
장기 독재 시도·부패·살인 범죄에도 지지층 여전

5일(현지시간) 페루 수도 리마에서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그의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인권 범죄로 장기간 복역한 알베르토 후지모리(85) 전 페루 대통령이 다시 한 번 풀려날 기회를 얻었다. 앞서 받은 사면이 유효하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온 것인데 페루에서는 정치적 판결이라는 비판과 이제는 석방할 때가 됐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페루 헌재는 이날 후지모리 전 대통령에 대해 2017년 사면 결정을 되살린다는 취지의 결정을 지난해에 이어 재차 내리고 즉각적인 집행을 교정 당국 등에 명령했다.

일본계인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재임(1990∼2000년) 중 살인, 중상해 등 인권 범죄와 관련해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았다. 후지모리는 2000년 대규모 사퇴 요구 시위 속에 일본으로 도망가 팩스로 사임서를 제출했지만, 국회는 그를 탄핵했다. 수년간 도피 생활을 하던 후지모리는 2005년 정계 복귀를 노리고 칠레에 입국했지만 칠레 당국이 그를 구금했고, 2년 뒤 페루로 넘겨져 수감 생활을 시작한 바 있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후지모리 지지자들의 지원을 받아 탄핵을 면한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당시 대통령의 사면 결정으로 자유의 몸이 됐지만, 이듬해인 2018년 10월 대법원이 사면을 취소하면서 다시 교도소로 돌아가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지난해에는 페루 헌재가 후지모리에 대한 인신보호 청원을 받아들였으나, 페드로 카스티요 당시 페루 정부가 미주인권재판소의 판결을 근거로 석방을 허락하지 않았다. 미주인권재판소는 피해자에 대한 공개 사죄와 배상 문제 등을 이유로 '페루 정부가 후지모리 전 대통령 석방을 불허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페루 헌재는 이날 결정에서 "사법부 판결을 준수해야 할 국가에 대해 해당 국가의 법원 판결을 집행하지 말라고 강제하는 것은 미주인권재판소 권한 밖의 일"이라며 "미주인권재판소에는 사법부 결정의 불이행을 직접 명령할 권능이 없다"고 밝혔다.

페루 헌재는 또 후지모리가 이미 형기의 약 3분의 2를 복역했고 고령으로 건강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최근 카스티요 전 대통령, 알레한드로 톨레도 전 대통령과 함께 리마에 있는 특별 교도소에 수감 중이라고 NYT는 전했다. 대통령이 수시로 바뀌는 페루 정치 속에 이번 헌재 결정이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지만 후지모리의 변호사는 일단 그가 6일 석방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