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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남준 칼럼] 부실한 투·개표시스템 개혁 후 총선 치러야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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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01. 14.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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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대기자
22대 총선이 3개월도 남지 않았다. 이번 선거는 여야가 그 결과를 흔쾌히 수용할 수 있도록 잡음 없이 치러져야 한다. '부정선거' 시비는 2004년 '노무현 탄핵정국' 이후 정치 갈등이 첨예화하면서 증폭되는 추세다. 특히 정권의 명운이 걸린 대선, 특히 총선이 끝나면 으레 공정선거 논란이 크게 불거졌다. 2020년 총선에서 선거관리위원회를 겨냥한 '부정선거' 시비는 정점을 이뤘다. 2022년 대선, 최근 강서구청 선거에서 사전 선거율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또다시 '사전투표 부정' 시비가 일었다.

현행 선거관리 시스템은 구조적 문제가 최대의 위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직접적으로는 현행 선관위 투·개표 시스템, 근본적으로는 선관위의 운영·관리시스템에 적지 않은 허점이 있다. 논란의 중심에 여야 정치세력이 아니라 선거관리 주체인 선관위가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선관위가 '공명정대'하고 '투명'하게 선거관리를 하고 있는지 의심받고 있다.

◇끊이지 않는 사전투표 부정 의혹

2020년 21대 총선이 끝나자 '부정선거' 시비가 봇물을 이뤘다. 규모나 강도 면에서 민주화 이후 압도적으로 높다. 진보진영은 180석이라는 대승을 거뒀다. 보수진영은 참패했다. 선거 후 투표지 분류기 해킹, 투표용지 QR 코드를 통한 보수층 투표 무효화, 가짜 투표용지 바꿔치기 등 각종 부정투표 논란이 뜨거웠다. 이에 선관위는 투·개표 과정을 재연하며 공개 해명에 나섰지만 관리시스템의 심각한 하자로 의혹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고 오히려 선거무효 소송이 봇물을 이뤘다.
대법원은 21대 총선 관련 소송이 139건에 달했다고 밝혔다. 앞서 20대 총선 때는 모두 13건에 그쳤다. 21대 총선 관련 무효 소송이 20대보다 무려 10배 넘게 폭증했다.

당시 야당에 의해 제기된 소송 사유는 △사전투표용지에 선거법에 규정한 바코드가 아닌 QR코드가 사용 △사전투표지 위조·교체 △사전투표와 본투표 간 득표율 차이 △법원의 투표용지 보전 신청 기각(73건 중 27건만 보전 결정) △투표지 분류기 기능 전산 조작 등이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재검표와 감정 등 증거조사를 거쳐 객관적인 근거가 없고 사전투표지 위조·교체 주장에 대해서도 이유 없다고 판단을 내렸다. 지난해 9월말 선거소송 5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됨에 따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된 지 3년여 만에 모든 선거소송이 종결됐다. 이에 대해 당시 야당 정치세력과 일부 시민단체는 법원과 선관위가 '짬짜미'로 늑장 재판에 이어 편향된 판결을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2022년 대선에서는 '소쿠리 선거'로 물의를 빚은 노정희 중앙선관위원장이 물러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선관위는 사전선거에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투입하는 중간과정에서 소쿠리를 보관함으로 사용, 부정선거 시비를 불러일으켰다. 유권자의 소중한 1표가 허접한 물건 취급된 데다 '비밀투표'라는 선거원칙상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곧바로 선관위의 선거관리 능력의 위기로 이어지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사무총장 자녀 셀프 부정 채용, 신뢰 위기 자초한 선관위

선관위의 문제는 기술적 차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신뢰성의 위기'도 한몫하고 있다. 박찬진 전 선관위 사무총장과 송봉섭 전 사무차장의 자녀들은 지방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중 선관위 경력직 공무원으로 채용됐다. '아빠 찬스'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압수수색, 선관위는 자체 특별감사를 진행했고, 박 전 총장과 송 전 차장은 동반 사퇴했다. 이후 국민권익위원회는 부정채용 관련 전수조사 결과 고의성이 의심되거나 상습적으로 부실채용을 진행한 28명을 고발하고, 가족특혜나 부정청탁 여부 등의 규명이 필요한 312건을 수사 의뢰했다. 말로만 무성하던 선관위 고위 직원의 친인척 셀프채용 의혹이 표면으로 무더기로 드러나 충격을 던졌다.

◇심각하게 허술한 선관위 보안시스템, 투개표 위조 가능 결론

선관위의 허술한 보안시스템 체계와 운영도 심각한 수준이다. 중앙선관위의 투·개표 시스템이 외부 해킹 공격에 극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10월 선관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합동 보안점검 결과 "투·개표 시스템, 내부망 등에서 취약점이 다수 발견됐다"고 밝혔다.

먼저 '통합 선거인 명부 시스템'은 인터넷을 통해 침투할 수 있었고, '사전 투표한 사람'은 '투표하지 않은 사람'으로, '사전 투표하지 않은 사람'은 '투표한 사람'으로 표시할 수 있었으며 존재하지 않는 유령 유권자도 정상적인 유권자로 등록할 수 있었다. 개표 결과까지 조작할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국정원은 선관위의 전반적인 보안 및 운영시스템이 해킹에 취약하다는 '처참한' 결론을 내렸다.

◇'갑'중의 '갑' 선관위 막강 조사권, 남용으로 위기 자초

선관위원장은 권력서열 6위로 국무총리 바로 다음이다. 그만큼 정부 내 권력 서열상 최고위를 차지하고 권한도 막강하다. 권력 먹이사슬상 절대 '갑'인 정치인에 대해 절대 '갑'이다. 선관위는 강력한 조사권을 가진 준사법기관이다. 감사원 감사 거부,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비협조 등을 놓고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3000명에 달하는 조직과 강력한 권한을 가진 선관위에 대한 감시 및 견제가 그동안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유권해석'이라는 무기를 앞세워 선출직 정치인에 '생사여탈권'을 행사해 왔다. 또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상 선관위 직원은 금융거래자료 제출 요구권, 통신관련 선거범죄 조사권, 장소출입권, 자료제출 요구권, 동행 또는 출석 요구권, 증거물품 수거권, 현장 조치권, 질문조사권 등을 행사할 수 있다. 법원 영장 없이 금융· 통신 등 개인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다. 오히려 검경보다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부패·부실, 자정능력 상실한 선관위, 전면 개혁에 나서야

외부감사를 받지 않는 선관위는 '내부 부패'와 '관리 부실', '자정능력 상실'로 위기를 자초했다. 현행 선관위의 지배구조, 운영 시스템, 투개표 시스템으로는 민주주의의 보루인 공명정대한 선거관리가 불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기존 시스템으로 총선을 치르면 부정선거는 확대 재생산될 뿐이다. 적어도 이번 총선 전에는 선거법 개정 없이 가능한 투개표 시스템 개혁만큼은 반드시 하고 나서 총선을 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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