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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현 칼럼] 입법부 독재, 견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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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01. 17.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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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야당, 대통령 거부권 행사 불가능한 200석 호소, 그렇게 되면 입법독재 가능

다가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를 통과한 입법안을 6개나 거부하는 등 입법부를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아울러 정권 심판 차원에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불가능하도록 민주당에게 200석 이상을 몰아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이대로 된다면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삼권분립 원칙이 깨지고 입법부발 독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섬뜩한 결과가 예상된다.

현재 야권이 문제 삼고 있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법률안은 6개다. 지난해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 노조법과 방송3법, 그리고 올해 초에 있었던 일명 쌍특검법이 그것이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66건이었으며, 이 중 43회는 이승만 대통령 당시였고, 박정희 7회, 노태우 7회, 노무현 6회, 이명박 1회, 박근혜 대통령은 2회 행사하였다고 한다. 심지어 김영삼·김대중·문재인 대통령은 거부권을 한 차례도 행사하지 않은 점을 감안해 보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과도하다는 것이 야당 측 비판의 핵심요지다.
우리 헌법 제53조 제2항에서는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에는 대통령은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은 정부에 이송되어 15일 이내에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환부하고, 그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제4항에서는 "재의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국회는 재의에 붙이고,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전과 같은 의결을 하면 그 법률안은 법률로서 확정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대통령이 거부한 법률안이어도 국회의원 200인 이상이 재의결하면 사실상 입법부를 견제할 방법은 전혀 없는 것이다.

반면에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권은 다양하고 파괴적이다. 예를 들어 예산안 확정권(제54조) 탄핵소추권(제65조), 국정감사권(제61조) 등은 행정부가 결코 넘을 수 없는 벽인 것이다.

◇국민의 권리와 자유 제한할 법률을 제·개정하는 입법부의 독재 가능성

더욱이 법치주의에 기반을 둔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법률을 특정하고 있다. 이는 헌법적으로 법률을 제정하고 개정하는 입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지 못하다면 입법부를 장악한 세력의 독재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나마 대통령의 거부권이 입법부 견제기능을 일부 담당하고 있으나 사실상 한 정당이 200석 이상의 의석을 차지한다면 현행 헌법상 중국처럼 일당독재가 가능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여당은 이번 총선 후 개헌을 통해 국회의석 수를 250명으로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세웠고 야당은 대통령의 재의 요구권에 제한을 가하는 규정을 헌법에 직접 규정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헌법위배, 집행불가능, 부당한 정치적 압력, 국가이익 위배 등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요건 정립돼 있어

물론 지금도 명문규정은 없지만 해석상 거부권 행사요건이 정립되어 있다. 국회를 통과한 법률안이 네 가지 요건 중 하나라도 충족해야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첫째는 헌법에 위배된 경우이다. 둘째는 집행이 불가능한 경우이고, 셋째는 행정부에 대한 부당한 정치적 압력으로 작용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넷째는 국가 전체의 이익에 반하는 내용일 때 행사할 수 있는 최후 수단으로, 그 행사 역시 입법권을 최대한 존중하는 가운데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 해석상 존재하는 요건을 헌법에 명문화하겠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위 네 가지 요건 중 어느 하나도 충족하지 않았기 때문에 과도한 거부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다만 무효라는 주장은 아직 없는 듯하다. 야당도 개헌을 하지 않는 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을 법리적으로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듯하다.

◇거부권 행사 법률안, 행사요건 충족으로 볼 여지 커

이번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법률안을 자세히 보면 내용상 거부권 행사요건을 충족했다고 볼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개헌 후 이 요건이 헌법에 명문화되더라도 무효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 양곡관리법
우선, 양곡관리법안의 경우에는 국내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5%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하락하면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모두 사들여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국민세금으로 농민들의 손실을 일괄적으로 전보하도록 입법부가 행정부에 부당한 정치적 압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거부권은 요건을 충족했다고 볼 수 있다.

- 간호법 제정안

간호법 제정안의 경우도 간호 업무의 탈의료기관화에 대한 우려 및 이로 인한 국민들의 건강 불안감 초래 등의 문제와 간호조무사, 의사 등 유관 직업군과 간호사 간의 갈등이 증폭될 우려 등의 문제가 있었다. 즉 "국가 전체의 이익에 반하는 내용"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 노조법 개정안

노조법 개정안의 경우에는 자칫하면 노조가 어떠한 불법행위를 하더라도 민사상 책임을 면해준다는 점에서 헌법상 법익균형성의 원칙에 반하는 위헌의 여지가 있다.

- 방송3법안

방송3법안의 경우에는 3개 공영방송의 이사회 구성에 법상 권한과 의무가 명확하지 않은 시민사회와 학계 등 외부인사가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확대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외부영향력이 확대되는 경우 이사회 구성과 관련된 극심한 이해관계가 대립되어 경영판단이 어려워지는 등 두 번째 요건을 충족한 거부권 행사로 볼 수 있다.

- 쌍특검 법안

쌍특검 법안의 경우 헌법학자들 사이에서도 위헌성 논란이 제기되는 만큼 거부권 요건을 나름 충족했다고 볼 수 있다.

◇총선 후 입법부 독재 막을 개헌 논의 필요

앞으로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그래도 국회 해산권이 없는 우리 헌법의 특성상 대통령의 입법안 재의 요구권, 즉 거부권은 행정부가 입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것은 분명하다. 한 정당에서 의석 중 3분의 2 이상의 의원을 차지하는 경우 그나마 입법부의 독재를 막을 수단은 현재는 없는 것이다. 국민들의 현명한 선택만이 입법부의 독재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점에서 총선 후 새로운 국회 출범 후 개헌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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