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칼럼] 일확천금 욕망, 투자리딩사기의 희생양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review.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125010014935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01. 25. 18:00

박다정 경기북부경찰청 수사과 반부패경제범죄수사2대장
박다정 경기북부경찰청 수사과 반부패경제범죄수사2대장
"저랑 비슷한 또래 같은데, 형사님은 한 달에 얼마 벌어요? 저는 지난달에 2000만원 벌었어요. 이 정도 벌이에 제가 리딩방 여는 게 불법인지 합법인지 따지게 생겼어요?"

투자리딩사기 피의자 조사 중 수사관이 들은 이야기이다. 그는 조사가 끝난 뒤에도 한참 동안 분노를 삭이지 못했다. '돈벌이가 된다면 불법 여부도 관계없고, 남을 속이는 일이 직업이 돼도 상관없는 것이냐'며 '최소한의 준법의식과 인간에 대한 존중도 사라져버린 세상 같다'고 토로하는 그에게 '그저 지치지 말고 열심히 일해보자'는 말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인 저금리 유지로 인해 시장 유동성이 증가했다. 막대하게 풀린 자금은 투자처를 찾아 주식이나 코인 시장으로 흘러들어 왔고, 투자 호황으로 원금의 몇 배가 되는 투자수익을 보았다는 뉴스는 지난 몇 년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돈이 몰리는 곳에 범죄가 증가하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그래서 그런지 근래에 투자리딩사기 범죄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투자리딩방이란 전화나 SNS 등을 이용해 개인 투자자에게 투자 종목을 추천하거나 매매 시점을 알려주는 등 투자 관련 권유나 조언, 지시를 하는 것을 말한다. 범죄자들은 가짜 투자리딩방을 개설해 투자자들에게 허위정보를 제공한 후 수수료를 편취하거나, 대리투자를 빙자해 투자금을 횡령한다. 이들은 가짜 HTS(Home Trading System) 등 거래소를 만들어 운영하거나, 투자 거래 내역을 위조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실제로는 투자금이 정상적으로 운용되지 않았으나, 마치 투자로 인한 이익이 발생한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이기 위한 것이다. 때때로 한발 더 나아가 사기죄의 법망을 피해가기 위해 사실상 아무런 재산 가치가 없는 비상장주식이나 가상자산을 투자자들에게 지급한 뒤, 언젠가 시세가 오를 것이니 자신들은 남을 속인 적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방귀 뀐 놈이 되레 성을 내기도 한다.
투자리딩사기의 덫에 걸린 피해자들은 대부분 경찰서로 달려가기를 망설인다. 당장 신고하기보다는 어떻게든 원금의 일부라도 돈을 돌려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오히려 범죄자들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호소하게 된다. 투자라는 것이 실패의 가능성도 있는 것 아니냐는 뻔뻔한 답변에는 '정말 그런가' '내가 운이 나빴나' 하는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손실을 복구해 보자는 감언이설에 다시 속아 추가 투자금을 반복적으로 입금하다 보면 어느 새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다. 이처럼 아직 경찰에 신고되지 않은 범죄까지 고려하면, 투자리딩사기로 인한 피해 규모는 보이스피싱에 필적할 것이라는 참담한 예측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신고 후에도 검거와 피해 회복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투자리딩사기를 비롯한 신종범죄는 대부분 SNS 등 비대면으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범행을 시도하고, 그 마수에 걸려드는 피해자를 상대로 본격적 금전 편취를 한다. 그래서 범죄자를 특정하는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일쑤다. 검거했다 하더라도 피해금의 상당 부분이 이미 다양한 사유로 이곳저곳에 흩어져 흘러가 회수 또한 쉽지 않다. 범죄자의 뒤를 쫓을 수밖에 없는 경찰관들도 이런 한계가 답답하기는 매한가지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언제든 투자리딩사기의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하고,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 주의를 기울이는 '예방'이 최선이다.

의심스러우면서도 솔깃할 때는 한 번 더 생각해 보자. 남모르는 필승의 투자법을 아는 사람이 있더라도, 고작 이 정도 수수료를 받고 선뜻 알려줄 리가 만무하다는 것을.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얻겠다는 허황된 욕심 끝에 범죄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