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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차 전쟁 중인 현대차, GBC ‘실용’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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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윤 기자

승인 : 2024. 02. 21. 19:17

현대차그룹, GBC 설계 변경
자율주행 등 미래 전략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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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차 그룹 신사옥 GBC 예정부지 모습./연합
10년째 터파기 등 기초 공사만 하던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추진 10년 만에 105층에서 55층 등 4개동으로 설계를 바꾼 건 대내외 경영환경 변화와 그룹의 미래 전략 등을 반영한 결과라는 해석이다. 전기차와 수소차, UAM과 자율주행에 이르기까지 갈 길이 먼 상황에서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105층 원안을 유지하기에 부담이었을 거란 게 지배적 시각이다. 그간 재계에선 '마천루의 저주', '승자의 저주' 등 초고층 빌딩 이후 이어질 재무 악화를 우려 해 왔다.

21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이번 설계 변경의 핵심은 105층(569m) 1개 동으로 추진되던 GBC가 그룹 통합사옥 등으로 활용될 50층(242m) 내외의 타워 2개동과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문화 편의시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들어설 저층부 4개동으로 조성되는 것이다.

원안대로라면 GBC는 105층 국내 최고층으로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지어질 예정이었다. 2014년 한전으로부터 10조5500억원에 사들인 토지의 매입대금은 현대차가 55%, 현대모비스가 25%, 기아가 20% 비율로 나눠 부담한 바 있다.

정 회장은 그간 GBC를 자동차를 중심으로 수직계열화 돼 있는 그룹사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 기능을 확보하고 문화·생활·컨벤션 기능을 아우르는 랜드마크로 만들기 위해 고심해 왔다. 때문에 설계가 변경 됐어도 목표와 지향점을 같을 거란 관측이다.
특히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폭스바겐 '아우토슈타트(Auto Stadt)' 같은 세계 최대의 자동차 테마파크를 조성하고 지역의 자랑거리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2000년 문을 연 아우토슈타트는 매년 전세계에서 300만여명이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를 대표하는 BMW와 벤츠도 랜드마크를 갖고 있다. 뮌헨에는 '4기통 빌딩'으로 유명한 BMW 본사·공장·박물관으로 구성된 'BMW 벨트' 단지가 있다. 이 중에서도 커다란 그릇 형상으로 디자인된 BMW 박물관은 도로처럼 만들어진 동선을 따라 관람하도록 돼 있다.

독일 남서부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벤츠 박물관은 130년 자동차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12개의 전시관으로 이뤄져 있다. 다양한 편의 시설도 갖춰 연간 70만명의 관광객이 들르는 해당 지역의 '필수 방문 코스'가 됐다.

계획이 변경 된 건 대내외 경영환경 불확실성 탓이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사활을 걸고 미래차 전쟁을 준비 중이다. 업계에선 5년 이면 시장 판도가 뒤바뀌고 승자 윤곽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세계 판매 3위에 올라있지만 급변하는 전기차 시장을 아직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 수소차는 승용부문 보단 상용차에 촛점을 맞췄다. 이 과정에서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는 그림까지 더해지면 성패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 가중된다.

글로벌 IT기업들이 대거 달려들고 있는 자율주행차에 대해선 레벨3 수준의 차를 출시키로 했었지만 미뤄진 게 현실이다. 날으는 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는 2026년 화물용을 시작으로, 2028년 완전 전동화 모델, 2030년 인접 도시간 이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UAM이나 수소차는 상당기간 적자가 예상되고, 미래차사업 대부분 공급망과 부품사 같은 생태계가 따라와야 하는 일이라 현대차가 성패를 장담할 수 없는 영역"이라면서 "결국 자원을 분산시키는 일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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