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류석호 칼럼] ‘리걸 마인드’로 풀어보는 총선정국 관전법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review.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225010012575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02. 25. 18:07

2024013101003359500185931
류석호 칼럼니스트, 전 조선일보 영국특파원
대학시절, 법학도로 4년간 법 공부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듣거나 읽은 용어, 금언과 경구 들이 여럿 있다. 하도 많이 자주 접해서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 법의 지배(rule of law), 법의 정신, 상식(常識·common sense)과 양식(良識·good sense), 리걸 마인드(legal mind), 적법절차(due process of law) 등이 그것이다.

특히 이 가운데서도 법학도에게 최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리걸 마인드'였다. 법적 사고, 법적 사고력, 법률적 사고방식으로 번역할 수 있는 '리걸 마인드'는 쟁점에 대한 균형 있는 판단을 위한 소양(素養)을 말한다. 결국 바람직한 '리걸 마인드'란 보편, 타당, 객관, 상식에 기반한 법 감정 혹은 태도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법률서적과 강단에서 이 같은 용어를 그토록 강조한 것은 진실을 밝히고, 옳고 그름을 따지며, 사회적 승복(承服)을 끌어낼 수 있는 '절차적 정당성'을 지키는 일은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堡壘)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자유가 기댈 수 있는 마지막 안식처이기도 하다. 법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상식적인 국민의 균형감각에도 못 미치는 편파성이 끼어들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대한민국 국회에는 법률을 공부한 판사, 검사, 변호사 등의 법조인과 법학자 출신이 많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달 31일 발간한 '이슈와 논점 〈국회와 주요국 의원의 직업적 배경 비교: 법조계 출신 의원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다양한 전문직군(群) 중 21대 국회의 법조인 출신 비율은 15.3%였다. 영국, 프랑스, 일본보다 높다.
법조계 출신 의원이 높은 비율을 차지해 온 것은 법률전문가로서 교육과정이나 실무경험이 의원에게 요구되는 입법 전문성과 직결될 것이라는 정당과 유권자의 기대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은 총 2만5658건에 이르지만 지금까지 처리된 법안은 9319건에 불과하다. 법안 처리율이 40%를 훨씬 밑도는 셈이다.

4·10 총선을 앞두고 너도나도 선거판에 뛰어들고 있다. 출사표를 던지는 거야 개인의 자유이지만, 특히 자라나는 미래세대의 본보기가 되어야 할 정치인들의 법적, 도덕적 논란은 가볍지가 않다.

최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제21대 국회의원 283명(의원직 상실·재보선 당선자 17명 제외)을 대상으로 전과 기록을 분석한 결과, 전체 299명 중 94명(33.2%)이 총 150건의 전과 기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0명 중 3명 이상이 전과자인 셈이다. 전과 유형은 음주운전부터 강력범죄까지 다양했다.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이 68명(41.2%)으로 가장 많았고, 국민의힘이 22명(22%)으로 뒤를 이었다. 정당이 전과자들의 신분 세탁소로 변질된 꼴이라면 지나친 표현일까.

대표적인 예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지난 2004년 음주운전으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은 것을 비롯해 공무원 자격 사칭(2003년, 벌금 150만원), 특수공무집행방해(2004년, 벌금 500만원), 공직선거법 위반(2010년, 벌금 50만원) 등의 전과 기록이 있다. 또한 대장동·백현동 비리,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허위 사실 공표 등 총 7가지 사건의 10가지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대학에서 법을 전공한 변호사 출신이다.

신당 창당을 선언하며 4.10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어떤가. 조 전 장관은 지난 13일 부산 민주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능한 검찰독재정권 조기 종식을 위해 맨 앞에서 싸우겠다"며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조 전 장관은 지난 8일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2심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유죄로 판결받은 위법행위에 대해 보다 많은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인정받는 게 우선임에도 사법 리스크가 엄존하는 시점에 정계 진출부터 강행하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는 것이 언론과 정치권의 일반적 시각이다.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지낸 법률가가 법의 판단보다 민심에 기대는 감정적 태도에 민심의 반응도 싸늘한 편이다.

한편 여야 공천 관리에 대한 언론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대체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공천은 무난하다고 평가하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천에 대해선 밀실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뉘앙스의 보도가 적지 않다.

공천 물갈이와 관련해 친명 지도부가 공천관리위원회를 제쳐두고 배후에서 좌지우지하는 것은 공천이 아니라 사천(私薦)이라고 규정할 정도다.

실제 민주당 공관위가 확정한 '하위 20%'(컷 오프) 현역의원 31명 가운데 무려 90%를 넘는 28명이 비명계로 알려져 '비명 학살'이 현실화한 양상이다.

당초 공언한 '시스템 공천'은 간 데 없고 공천을 둘러싼 계파 갈등에 대표의 사천 논란까지 겹치며 '비선·밀실 공천' 논란이 증폭되면서 공천 과정에서 파열음이 일고 있다. 민주당의 이 같은 불투명한 공천에 언론들은 거의 한목소리로 비판 일색이다.

반면 총선 승리 기대감이 낮던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대위원장 취임 이후 '한동훈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른바 '실세'들이 전면에서 모습을 감추고 있고, 다선중진의원들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있다. 여기에 공세적인 정치개혁, 특권포기 공약 등으로 이슈를 선점하는 효과까지 가세하고 있다는 평가다.

4·10 총선을 40여 일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에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다는 결과가 나오는 까닭이다. '리걸 마인드'에 바탕한 '시스템 공천'이야말로 공천과 선거 승리를 좌우하는 관건(關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류석호 칼럼니스트, 전 조선일보 영국특파원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