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칼럼] 서울시의 ‘장애인 거주시설·자립지원 개선’ 환영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review.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312010005919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03. 13. 06:00

qus
변용찬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전문위원회 부위원장
서울시는 현재 운영지원 중인 41개 장애인 거주시설을 2028년까지 거실과 방·주방으로 구성된 '가정형 주거환경'으로 전면 개편하고,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이 자립을 희망하는 경우 성공적인 지역사회 정착을 위해 퇴소 절차를 개선한다고 밝혔다.

장애인 거주시설은 일반가정에서 생활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거주·요양·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지역사회 생활을 지원하는 시설로 단체생활실 위주의 복도형 구조를 그대로 사용하는 시설이 있다. 이는 사생활 보호, 자립심 증진 등에 불리한 구조로 '수용과 보호'라는 효율성만을 강조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지만, 시설 및 법인에서는 비용 문제로 인하여 그동안 개선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최근 시설 거주 장애인도 시설에서 퇴소해 지역사회에서 자립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증대되고 있어 정부는 2021년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의 자립지원 로드맵이 발표되자 거주시설에 자녀를 둔 부모단체를 중심으로 강제적인 시설 퇴소 정책에 반대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아직 제도적으로 지역사회에 다양한 인프라가 완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의 시설 퇴소는 오히려 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으며, 현실성이 없는 사형선고와 같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증·발달 장애인의 경우, 시설에서 퇴소해 지역사회에서 생활하게 하는 것만이 해답이 될 수 없다. 현재 시설에 거주하고 있는 장애인의 98.8%가 중증이고, 지적 및 자폐성 등 발달장애인이 80.1%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중증·발달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해 볼 때 무조건적인 퇴소 조치보다는 정밀한 욕구나 자립역량에 기반한 맞춤형 대응이 요구된다.

지역사회 자립을 원치 않거나 지역사회 자립을 할 수 없는 중증의 발달장애인에게는 시설 보호를 계속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거주시설을 무조건 배척하기보다는 오히려 시설에 대한 인식개선과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 거주 및 생활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고 시설에서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이번 서울시의 거주시설 환경 및 운영개선 사업추진은 장애인의 자율성과 주거 선택권 보장이라는 측면에서도 매우 바람직하고 시의적절하다.

한편 지역사회 자립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장애인에게는 주거·의료·돌봄 등 다양한 지역사회 서비스를 제공해 자립생활 정착을 지원해야 한다. 다만, 중증·발달 장애인이 거주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 적응하며 생활하기가 어렵다는 현실을 감안해 볼 때 무조건적으로 시설 퇴소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오히려 장애인이 방임되거나 학대받을 수 있는 환경을 초래할 소지가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서울시는 지역사회 자립을 희망하는 시설 거주 장애인에 대해 의료진 등 전문가들이 건강 상태를 비롯해 자립역량을 면밀히 상담하고, 지원주택에 들어갈 때도 바로 입주하지 않고 '자립체험 기간'을 통해 적응 과정을 거치게 하는 등의 '장애인 자립지원 절차 개선안'을 마련하고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이번 개선안은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역량 점검부터 퇴소 후 지원까지 아우르는 것으로 중증·발달 장애인의 성공적인 지역사회 정착을 지원하는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장애인에게는 '거주시설의 환경 개선'을 통해 가정집 같은 주거공간에서 생활하게 함으로써 장애인의 삶을 향상하고, 자립을 희망하는 장애인에게는 '자립지원 절차 개선'을 통하여 성공적인 지역사회 자립을 지원하는 이번 서울시의 조치는 시설 입소를 희망하는 장애인,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을 희망하는 장애인 모두의 주거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균형있는 정책이라 하겠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