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윤현정의 컬처&] 아이유부터 김정은까지 ‘밤양갱’ 신드롬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review.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317010008991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03. 17. 18:01

비비의 싱글앨범 수록곡 '밤양갱'이 발매 열흘 만에 음원 차트 정상에 올랐다. 사랑과 이별에 대한 스토리와 편안한 멜로디가 '비비'의 묘한 매력과 어우지면서 큰 인기를 끈 것이다. 곡 자체로도 매력적인 이 노래는 장기하가 작사, 작곡, 편곡한 곡으로 공교롭게도 연인이었던 아이유의 '러브윈즈올'과 같은 시기에 나와 음원강자 아이유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해 더욱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아이유와 박명수의 '밤양갱 AI커버곡'이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다양한 버전의 '밤양갱 AI 커버곡'이 쏟아지고 있다. 박효신, 양희은에 이어 김광석,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밤양갱' 신드롬이 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밤양갱 신드롬은 다양한 시사점을 띠고 있는데 단순한 음악이 아닌 AI 신드롬이기도 하다. 나와는 거리가 멀고 어렵게만 느껴지던 AI가 K-POP을 통해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온 것이다. 실제로 가수가 노래를 부르지 않아도 AI에 음성을 학습시켜 내가 원하는 그 누군가의 목소리로 노래를 만들고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밤양갱의 첫 AI 커버는 노래 분위기에 잘 어울릴 것 같은 아이유의 커버곡으로 시작했으나, 그다음 전개 양상은 전혀 달랐다. 실제로 이뤄질 수 없는 일들이 AI 세상에서는 가능하기에 현실에서는 어려운 커버곡들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고인이 된 김광석의 커버곡과 북한 김정은의 커버곡, 이명박 전 대통령의 커버곡 등 디지털 크리에이터와 대중은 AI를 통해 새로운 창작과 콘텐츠에 대한 경험을 즐기고 있다.
우리에게 AI라는 단어가 익숙해진 건 2022년 11월 30일 오픈AI에서 챗GPT 3.0을 발표한 이후였다. 작년부터 국내에서도 각종 매체와 뉴스를 통해 챗GPT의 기술력과 그 변화에 대해 전하고 있지만, 업계 전문가들을 제외하곤 이런 흐름을 직접적으로 느끼거나 경험해 볼 사례가 많지 않았다.

최근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주요 정책을 전달하기 위한 영상뉴스에 AI 아나운서를 도입한 것이나, 밤양갱이 불러일으킨 AI 커버곡 신드롬은 현대인들의 삶 속에 AI가 친숙하게 다가오는 것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디지털크리에이터들이 너무도 손쉽게 SNS에 사진을 찍고 올리듯이 이제 누구나 AI 툴을 자유자재로 사용해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저작권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타인의 목소리를 무단으로 사용한 콘텐츠는 그들의 명성이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럽연합(EU)은 AI로 생성한 콘텐츠에 '워터마크'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우리나라 또한 동일한 법안을 발의하고 있으나 아직 그 처리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AI 기술의 발전 속도와 활용 사례를 보면, 머잖아 우리 삶 속에 다양한 형태로 스며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에 비해 법적인 장치가 미미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특정인의 외모와 목소리를 흡사하게 만들 수 있는 AI 기술이 음란물·도박·보이스 피싱 등 유해 콘텐츠에 악용될 경우 그 파장은 자못 심각할 것이다.

사실 우리 사회에 규제와 제도가 불충분한 것은 AI뿐만이 아니다. 디지털콘텐츠나 NFT 등 새로운 창작물과 산업이 급속도로 변하는 것에 비해 디지털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인격권 등의 기준이 너무 모호하다. 그러나 부정적인 면을 의식한 지나친 규제로 새로운 도약을 이끌 콘텐츠 산업의 창작과 발전이 정체되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바야흐로 사람들은 더 많은 시간을 디지털 AI 세상에서 마주할 것이다. 일도 공부도 노트북만 있으면 언제든 처리할 수 있고, 굳이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SNS와 온라인으로 소식을 주고받는 게 더 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AI는 그 자체로 우리 사회에 지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그 이면엔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이 두루 혼재되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차세대를 이끌 글로벌 경쟁력이 AI라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현재 우리나라가 내세우는 K-콘텐츠도 마찬가지다. 세상의 패러다임이 바뀌어 가는 지금, 적절하고 신속한 법과 제도의 틀에서 K-콘텐츠에 이은 AI-콘텐츠 선진국이 실현되기를 기대해 본다.

윤현정 시인·아이랩미디어 대표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