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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인기 걸그룹 르세라핌이 미국의 유명 음악 축제인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가창력 수준과 관련해 이런저런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정식으로 데뷔한 지 2년여에 불과한 신인치고 곧잘 해냈다는 칭찬도 있지만, 보컬만 놓고 보면 '아쉽다'를 넘어 '민망하다'는 혹평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듯싶다.
그래서 직접 확인한 공연 실황 동영상에서의 그들은 보는 사람이 안쓰러워하고 당황할만큼 노래에 자신이 없어 보였다. 젊은 세대가 가창력을 평가할 때 즐겨쓰는 표현대로라면 무대에서 노래가 아닌, 객석을 상대로 '호통'을 치는 격이었다. 자유분방하면서도 나름의 통일성을 지닌 특유의 고난도 퍼포먼스는 여전히 볼 만했지만, 이 마저도 후반으로 갈수록 힘에 부쳐하는 가색아 더해지면서 빛이 바랬다.
S.E.S와 핑클의 현역 시절부터 지켜봐온 처지에서 걸그룹을 둘러싼 '가창력 논란'은 이제 해묵은 얘깃거리다. 숨쉬기조차 어려운 수준의 과격한 안무를 선보이면서 노래까지 라이브로 소화하라는 요구가 어쩔 때는 다소 과하다는 걸 요즘 가요팬들이 너무 잘 알고 있어서다. 이와 함께 부족한 라이브 실력을 보완해주는 MR(Music Recorded) 기술의 발전으로, '외견상' 노래 잘하는 아이돌들이 예전보다 많아진 까닭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럼에도 기초적인 가창력을 따지는 잣대가 이들에게만 관대하게 적용될 순 없다. 걸그룹도 가수이므로 무대 여건에 따라서는 퍼포먼스의 분량을 줄이고 편곡을 바꿔서라도 노래에 우선 신경쓰는 것이 상식이자 기본이다. 마돈나는 물론 "나는 가수보다 퍼포머"라며 자신있게 말하지만 엄청난 보컬 실력을 자랑하는 레이디 가가 정도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음정과 박자는 지킬 줄 알아야 퍼포먼스를 자신있게 앞세울 수 있다. 르세라핌과 소속사가 한 번쯤은 귀담아듣길 희망하는 원칙 중의 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