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 독립성 강조해온 하이브 정책과도 반하는 갈등
화합과 조율의 과정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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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와 어도어의 갈등은 지난 22일 알려졌다. 하이브가 자회사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와 경영진 등이 독립하려는 정황을 포착하고 감사에 들어간 것이다. 가요계에 따르면 민 대표와 어도어의 A씨는 투자자 유치를 위해 대외비인 계약서 등을 유출하고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주식을 팔도록 하는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는 어도어 이사진을 상대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고 민 대표의 사임을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반면 민 대표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민 대표는 하이브와의 갈등은 하이브 산하 레이블 빌리프랩에서 데뷔한 아일릿이 뉴진스와 유사한 콘셉트를 내세운 것이 원인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 20%의 지분으로 경영권을 탈취하려는 건 맞지 않고, 투자자를 만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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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하이브와 어도어의 갈등은 더욱 이례적이다. 하이브는 뉴진스가 있는 어도어, 아일릿이 소속된 빌리프랩을 비롯해 빅히트 뮤직, 쏘스뮤직,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KOZ엔터테인먼트 등의 산하 레이블을 두고 있다. 레이블 회사인 어도어가 또 다른 레이블인 빌리프랩과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을 상대로 카피 문제를 전면적으로 제기했다는 건 K-팝 산업에서는 흔치 않은 사례다. 아일릿은 방 의장이 제작에 참여한 그룹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하이브의 레이블 관리 방식과 독립성 등에 대한 논의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각 레이블의 독립성을 강조해온 하이브이기에 이번 민 대표의 문제 제기는 기존 하이브의 기조와는 상충되지 않는다. 임희윤 대중음악 평론가는 "멀티 레이블 시스템이라는 것이 하이브라는 큰 틀 안에서 기획되고 제작된다는 것을 뜻한다. 그 과정에서 조율과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민 대표의 주장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인 건 맞다"며 "일명 '피프티 피프티' 사태와 결은 다르지만 큰 틀에선 비슷하게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최악의 상황을 직면하지 않으려면 기획과 제작을 이루는 구성 요소들이 화합하고 조율하는 과정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것이 레이블끼리도 호의적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K-팝이 가야할 방향성이다"라고 전했다.
다만 민 대표의 주장도 좀 더 명확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 가요 관계자는 "민 대표가 카피 문제를 제기한다면 아일릿이 명확하게 어떤 부분에서 뉴진스와 비슷한지를 제시해야 하고 설명해야 한다. 이러한 설명 없이 그룹명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는 건 두 그룹 모두에게 좋은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