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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39번째’ 직무유기 탄생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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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혁 기자

승인 : 2024. 04. 29. 05:30

아시아투데이_임상혁_증명사진
사회1부 임상혁 기자
최근 헌법재판소가 47년간 한 차례 개정도 없었던 '유류분 제도'에 칼을 들었다. 이미 2010년과 2013년 유류분 제도가 합헌이라 판단했는데, 이를 뒤집고 '위헌'과 '헌법불합치' 결정을 전격적으로 내린 것이다.

하지만 유류분 제도의 역사가 바뀌려면 아직 한 단계가 남았다. 입법부인 국회의 손을 거쳐야 완성되기 때문이다.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은 현행법의 효력을 잠시 정지시켜 새로운 법을 만들기까지 시간을 주는 것일 뿐, 헌법에 어긋난 법을 국회가 바꾸고 시행했을 때 진정으로 효력이 생긴다.

국회가 제 시간에 응답할지는 미지수다. 이미 이번 유류분 제도에 대한 판단까지 포함해 '위헌' 결정이 났음에도 개선입법이 이뤄지지 않은 법령은 21건이 존재한다. 헌법불합치 역시 18건이 미개정 상태이며, 그중 4건은 기한이 지나 효력을 잃었다.

대표적으로 '낙태죄'가 있다. 낙태를 형사처벌하는 형법 269조는 2019년 헌재가 개선입법이 필요하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으나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공백상태다. 21대 국회에선 관련 개정안 7개가 발의됐으나 이 중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에 상정된 한 건을 제외하면, 모두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국회의 협치 기능이 마비되면서 총 39건의 법령이 공백으로 남아 있다. 헌법은 대한민국의 통치구조와 국민의 권리의무를 규율한 최상위 법으로 그 자체가 국가의 근간이라 볼 수 있다. 이런 헌법을 관장하는 헌재의 결정을 거스르는 것은 대한민국의 근간을 부정하는 것과 같다.

국회가 갖고 있는 '입법권'은 헌법에 명시된 권리이자 의무다. 헌법에 기초한 권리를 주장하면서, 헌법을 부정하는 것은 모순이다. 임기를 한 달 남긴 21대 국회와 새롭게 열릴 22대 국회에서 정쟁은 잠시 두고, 헌재의 결정에 답해주길 바란다. 이번 결정이 '39번째 직무유기'가 될지, '역사'가 될지는 국회에 달렸다.
임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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