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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 친미 행보에 가속…美 핵 항모와 14년 만에 합동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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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승인 : 2024. 05. 29. 11:02

우파 성향 밀레이 정부 출범 후 해군기지 건설, F-16 구입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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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아르헨티나 티에라 델 푸에고주의 해군기지를 방문한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가운데)이 군 장병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현지 일간 파히나12
우파 정권이 들어선 후 반미에서 친미로 돌아선 아르헨티나가 미국과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한다.

클라린 등 현지 언론은 28일(현지시간) '2024 남부해군훈련(Southern Seas 2024)'을 위해 남미 해역을 운항 중인 미국의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가 아르헨티나 영해에 들어섰다고 보도했다.

핵 항모 조지 워싱턴호는 당초 아르헨티나 기항 계획은 없지만 30~31일 아르헨티나 해군과 합동훈련을 실시한다. 합동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아르헨티나 마르델플라타 해군기지에선 구축함 등 4척의 군함이 출항했다.

미국 핵 항모가 참가한 가운데 실시되는 아르헨티나와 미국의 합동훈련은 2010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남미에서 커진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미국과 외교의 중심축을 미국으로 삼겠다는 아르헨티나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관측이 나온다. 극우라는 평가를 받는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우리의 외교에서 등대 역할을 할 수 있는 국가는 미국뿐"이라는 말을 자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르헨티나는 최근 미국과 함께 지구 최남단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겠다고 밝혀 칠레 등 주변국을 긴장하게 한 바 있다. 지난달 티에라 델 푸에고주(州)의 해군기지를 방문한 밀레이 대통령은 "미국과 합동으로 티에라 델 푸에고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티에라 델 푸에고주는 남미대륙 끝자락에 위치한 아르헨티나 영토로 남극에서 가장 가까운 대륙 땅이다. 밀레이 대통령은 "미국과 함께 해군기지를 건립하고 활용한다면 남극에서 가장 가까운 항만시설이 될 것"이라며 "아르헨티나는 남극으로 들어가는 관문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칠레 등 남미국가 간 논란이 일자 한국의 국무총리 격인 니콜라스 포세 수석장관이 나서 "해군기지 건설 계획은 있지만 미국과 함께 짓는 게 아니라 우리의 기지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밀레이 대통령은 "미국과 함께 기지를 건설하면 말비나스(영어명 포클랜드)에 대한 영유권을 되찾는 데 유리하다"며 미국과 손을 잡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달 미 군수업체 록히드마틴이 개발한 전투기 F-16 24기를 덴마크로부터 구입했다. 덴마크가 최신 기종인 F-35로 기종을 교체하면서 보유했던 중고 전투기를 매물로 내놓자 인수한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중고 F-16을 인수하는 데 총 3억 달러를 썼다.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부처를 절반으로 줄이고 계약직 공무원 1만5000여명을 해고하는 등 재정지출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아르헨티나는 최근 대통령 회견을 통해 2008년 이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올해 1분기 재정흑자를 달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긴축에 매달리고 있는 아르헨티나로선 미국산 전투기를 도입하기 위해 작정하고 지갑을 연 셈이다.

아르헨티나 국방부는 "1983년 민주주의 회복 후 가장 큰 규모의 (전투기 구매) 지출을 단행한 덕분에 마침내 아르헨티나도 글로벌 'F-16 패밀리(가족)'의 일원이 됐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은 "비록 중고지만 아르헨티나가 F-16을 도입한 건 미국과 발을 맞추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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