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칼럼] 핵 안보 자강의 길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review.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705002353064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07. 06. 00:09

조영기 전 고려대 교수

지난해 9월 김정은 위원장은 러시아 극동 연해주 보스토치니를 방문해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그리고 지난달 19일에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24년 만에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과 또 정상회담을 가졌다. 9개월 만에 2차례의 정상회담은 최근 북-러의 밀월관계를 보여주는 증좌다. 1961년 체결된 조소우호협력조약은 소련 해체로 1996년 폐기됐다. 하지만 이번 평양회동에서 양국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특히 양국은 일방이 전쟁 시 지체 없이 군사원조가 가능한 자동 군사 개입을 명시함으로써 양국의 돈독한 우의관계가 형성됐다. 


이는 다시 북-러 관계가 1960대의 군사동맹이 다시 회귀됐다는 의미다. 물론 북러 밀월관계 복원은 외교적 고립과 국제제재를 함께 돌파하려는 동병상련도 있다. 그러나 북-러 밀월관계가 국제안보를 위협하는 비정상적 행동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특히 북-러의 자동 군사개입 명시화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있다. 그래서 이번 북-러 밀월이 냉전 이래 가장 강력한 (사실상) 군사동맹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북-러 군사동맹의 출현은 한국 안보에는 치명적 직접적 위협이며, 동북아 안보지형에도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북-러 간 밀월관계는 양국의 상호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적 산물이다. 우선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실탄 부족의 문제가 늘 골칫거리였다. 러시아는 지난해 8월부터 북한산 탄약을 지원 받아 전쟁에 대비 하고 있다. 이를 구체화한 것이 지난해 9월 김정은-푸틴의 연해주 회동이다. 북한은 지난해 8월부터 올 1월까지 러시아에 포탄 약 160만 발과 맞먹는 7만4000톤 이상의 폭발물을 러시아에 공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북한의 무기 공급에 대한 보상으로 식량과 석유를 제공해 주고, 지난 3월에는 유엔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을 종료시키는 등의 호의(?)를 베풀어주었다.


그러나 김정은은 이런 소소한 호의에 만족하지 않을 것 같다. 김정은은 북-러 밀월의 호기를 러시아의 최첨단 군사기술을 활용해 5년 이내 핵 야욕의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이다. 그 야욕의 출발은 2021년 1월 제8차 노동당대회에서 천명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핵심 5대 과업 의 완성이다. 5대 과업은 극초음속 미사일, 고체연료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여러 개의 핵탄두를 서로 다른 목표물로 유도하는 다탄두(多彈頭) 개별 유도 기술(MIRV), 핵추진 잠수함 및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군사정찰위성 등이다. 

우리 안보당국은 5대 과업 중 핵추진 잠수함과 군사정찰위성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북한의 5대 과업 완성이 위협적인 까닭은 이의 완성은 곧 국가핵전략 의 완결로서 한국의 국가 존망에도 치명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김정은은 핵을 앞세워 한국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할 뿐만 아니라 종국적으로는 적화흡수통일의 주체의 보검으로 악용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사실 러시아는 미국과 견줄 만한 수준의 핵과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고 첨단의 군사기술을가진군사대국이다. 이런 점에서 러시아 군사기술이 북한으로의 이전은 우리 안보에 치명적 위협이다. 국방연구원은 북한이 80~90여 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고, 300여 기 보유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북핵 위협은 현실적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의 안보의식은 해이돼 있고 이에 대한 대처는 너무도 미온적이다. 이는 스스로 자강(自强)을 버린 것과 다름이 없다.


국가안보의 핵심은 자강과 동맹이다. 자강은 스스로 강해져 적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방위능력이며, 동맹 은 자강능력을 보완하기 위한 국가 간의 약속이다. 물론 자강이 동맹보다 훨씬 중요하다. 자강은 1차적으로 장비를 확충한 국방력에 의해 유지되지만 군 장병의 정신력과 국민의 단합된 힘, 외세 의존적 행태와 타성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특히 북핵 위협을 무시한 국방안보정책은 무용지물이다. 핵은 재래무기를 일순간에 무용화시키는 절대무기이며, 핵이 제외된 국방안보 정책이 망국의 길을 재촉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제 우리도 핵위협에서 자강의 길을 찾아야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신냉전이 조성되면서 동북아 지역에서도 북-중-러 삼각협력체계는 더욱 공고해질 것 같다. 특히 북-러 동맹은 핵협력을 위해 악성 진화할 가능성도 높다.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동북아 핵우산 전략은 매우 취약한 상태다. 따라서 동북아 지역에서 핵 균형을 이룰 전략적 기조전환이 절실하다. 핵균형이 핵위협을 차단하고 전쟁을 방지할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우선 동북아의 핵균형을 위해 한-미-일은 높은 수준의 핵 억지력을 구비해야 한다. 특히 북핵 위협에 직접 노출된 한국의 비상한 대응조치가 요구된다.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 시설 구축,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독자 핵무장 등의 과정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이런 일련의 과정은 한미동맹 차원의 협력 기반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다음으로 러시아가 북한에 핵미사일 관련한 기술이 북한 이전 차단을 위해 더욱 굳건한 한미동맹과 한미일 공조체계가 강화되어야 한다. 또한 자강 훼손의 자해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시급히 복원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자강의 길이 열린다.


조영기 (전 고려대 교수)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