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세상 바뀌어…수요 중심 규제·프레임워크 필요”

교육·복지·노동 등 '기능 조율' 기재부 역할 강조
'강남 공화국, 나쁜 균형 초래' 소신 밝혀
미래경제 위해 거시경제 양 축, 기탄없이 논의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3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기획재정부 입구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만나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공급자 중심 정책이 아닌 민간 수요자 중심의 정책 설계로 나아가야 한다"며 "중소기업의 규모별로 어떻게 지원할 건지, 교육 분야에서의 여러 제약 요인 등 많은 부문이 과거와 달라진 만큼 정부 정책도 다른 프레임워크를 가져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3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타운홀 미팅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갖고 있는 많은 규제, 프레임워크가 과거에 맞춰져 너무 커져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모든 공급이 부족했던 후진국 시절, 과거에는 굉장히 다 의미가 있던 일이었지만 세상이 바뀌었다"며 "이제는 수요 중심으로 규제들을 바꿔나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날 최 부총리와 미래세대를 위한 타운홀 미팅을 예정에 둔 가운데, 과거와 달리 중앙은행과 정부의 공조체계 필요성이 커진 이유도 이 같은 맥락에 기인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 총재는 "저출산 뿐만 아니라 많은 구조문제가 재정 외에도 교육, 복지 전 분야에 걸쳐 연관돼 있다"며 "수요자 중심으로 어떻게 코디네이터를 하고 각 부처의 관할사항을 조율하느냐는 기재부만 가능한 것"이라고 기재부의 '정부 정책 조율' 기능을 강조했다.

앞서 이 총재가 수도권 과밀화와 양극화 심화의 해법으로 '대학 지역비례제 선발'을 띄운 가운데, 현재의 교육분야의 '나쁜 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냈다. 이 총재는 "자녀를 키우기 위해 여성들이 자신의 커리어를 모두 포기하고, 6살 아이들부터 학원에 가야하는 시스템이 좋은지 물어야 한다"며 "(막대한 사교육비를 들이고도) 좋은 대학에 가지 못 하거나 중간에 달성하지 못 한 아이들한테는 평생 짐을 지어주는 이런 사회가 과연 바람직한지 공론화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전 세계는 교육 다양성을 고민하지만, 우리는 (여러 교육 철학 중에서도) '성적순'에만 빠져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최 부총리는 "과거에 한은 조사국이 우리 경제발전에 매우 큰 영향을 줬다"며 "한은이 구조적 이슈를 제기하는 데에 개인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이날 거시경제 양 축인 기재부와 한은은 타운홀 미팅을 통해 '한국경제 고르디우스의 매듭 풀기'라는 주제로 지속가능경제를 위한 구조개혁 논의에 나선다.

한은 총재가 기재부에 직접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총재는 이번 타운홀 미팅에 대해 "수장의 의견들과는 별개로 기탄없이 양측의 의견이 오가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