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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년의 잡초이야기] 까마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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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10. 31. 18:14

(9) 까마중 그림
까마중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예전에는 '승려'나 '스님'을 편하게 또는 낮춰 부르는 말로 '중'이란 호칭을 많이 사용했다. 자생식물 '까마중'의 이름이 '동그랗게 익은 까만 열매가 스님 머리를 닮은 것'에서 유래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어렸을 적 머리를 빡빡 깎은 친구를 '까까중'이라고 부르며 어울렸듯이, 까마중 또한 친근한 벗이었다.

까마중이 어린 우리에게 1급 간식거리였다면, 지금은 건강식품으로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 까마중에 항암, 항염 등 탁월한 물질이 함유되어 있다고 소문이 나면서 다양한 상품들이 시중에 출시되어 있다. 까마중을 재배하는 농장도 여럿 있으며, SNS에는 까마중을 섭취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정보들이 가득하다. 심지어는 까마중이 만병통치 식물에 가깝다고 열변을 토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뉴스인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까마중 열매에 독성물질이 있어 섭취를 금지하고, 판매금지 처분과 함께 판매자들을 대상으로 고발 등 행정조치를 내렸다고 한다. '식품안전나라'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까마중은 잎, 순, 줄기는 먹을 수 있지만, 열매는 솔라닌(Solanine)이라는 독성 물질을 많이 지니고 있어 식용으로 쓸 수 없다는 설명이 있었다. 예전에 즐겨 먹었던 까마중에 독성이 있었다니….

담벼락 가장자리에서 자라고 있던 까마중을 오랜만에 찾아보았다. 흰 꽃이 앙증맞던 까마중이 어느새 까만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조금 먹는 것은 어떠랴 싶어 까마중을 몇 개 따 입에 털어 넣었다. 맛이 예전 같진 않았지만, 달작지근한 즙이 입안에 퍼지며 몇 개 더 먹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
까마중이 금지식물이 되었건, 맛이 심심해졌건 옛 추억의 기억까지 앗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입가를 검게 물들이며 게걸스럽게 까마중을 따 먹던 그 친구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내년에도 까마중은 다시 자라날 것이고, 나는 까마중을 입에 품고 추억의 여행을 떠날 것이다.

/만화가·前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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