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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포커스] “저희 안 쉬어요”…‘준비 N년’해도 갈 곳 없는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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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영 기자 | 박서아 인턴 기자

승인 : 2024. 11. 03. 16:00

'쉬는 청년' 역대 최다…속사정 살펴보니
'시험 준비생', '계약직'도 '쉬었음' 분류될수도
"양질 일자리 부족 청년들 '고립·은둔' 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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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 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4'에서 진행된 '배터리 잡페어'를 찾은 한 관람객이 행사 포스터 앞을 지나가고 있다./연합뉴스


#3년째 로스쿨을 준비 중인 30세 A씨는 자신이 '쉬는 청년'으로 분류되는 데 대해 "쉬고 있는 게 아니라 안정적인 직종을 선택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전문직을 갖는 것이 곧 취업이라고 생각하고, 지금도 사실상 취업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A씨와 같은 '변호사시험 준비생'은 현재 구체적인 구직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특정 기관에 소속해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는 '쉬었음'에 해당할 수 있다. 

#2년째 취업을 준비 중인 29세 B씨는 대학서 신소재공학을 전공하고 중견 반도체 부품 생산 기업에서 3년 가까이 품질관리(QA)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회사 이전과 업무 강도 등으로 야근이 잦아지면서 B씨는 사무관리직으로 진로변경을 선택했다. 그는 "사실상 신입사원으로 입사하는 것인데 상반기 채용 인원 수가 한 자릿수인 곳도 많았다. 1명 뽑는 곳도 정규직 보다는 단기계약직 등이 많아 원하는 곳에 들어갈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스펙 쌓는다고 아르바이트나 계약직만 전전하다가 결국 취업을 포기하는 주변 친구들을 보면 나도 저렇게 되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이 든다"라고 토로했다.

최근 소극적 구직에 따른 '쉬는 청년'이 증가하고 있다는 정부 통계 발표에 청년들의 볼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는 구직활동 위한 스터디 등 취업 준비에만 수년째 시간을 쏟아붓고 있음에도 자신들이 단순히 '쉬었음'으로 분류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진학 준비나 공무원 시험 등 더 치열하게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청년들의 속사정을 더욱 세심하게 살피고, 무엇보다 일자리 질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쉬었음'을 답한 20대는 43만8000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20대 비정규직의 경우에는 8월 기준으로 2014년 106만9000명에서 2017년 115만7000명, 2020년 128만3000명, 지난해 142만3000명 으로 계속 증가해 일자리 양극화 현상도 지속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통계조사의 설문문항표를 살펴보면 '취업 준비를 위해 학원, 독서실 등에 다녔다' 등은 있으나 다양한 형태로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행태를 면밀히 포착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계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취업을 위한 학원, 기관 통학'뿐 아니라 혼자 취업을 준비하는 경우에도 '쉬었음'이 아닌 '취업준비'로 분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응답자를 상대로 일주일 간 어떤 활동을 했는지 파악하도록 한 뒤 적절한 문항을 선택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쉼' 없이 구직에만 몰두해온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보장받지 못하면서 '자발적 고립·은둔 상태'를 선택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실제 고립·은둔 상태에 있는 청년들은 취업 실패를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지난해 진행된 정부의 '고립·은둔 청년 대상' 실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5%가 넘는 이들이 삶을 포기할 마음을 먹은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들을 세상 바깥으로 꺼내올 수 있는 것은 결국 안정적인 일자리"라고 전했다.

박세영 기자
박서아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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