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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9주년 기획] “고객의 시간을 묶어라”… 체험형 쇼핑몰 힘주는 유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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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주 기자

승인 : 2024. 11. 10. 18:09

소비 패러다임의 대변화
신세계百, 스타필드 활용 MZ 공략
홍대·성수 중심 브랜드 입점 적극
현대百, 업계 단기간 매출 1조 달성
광주광역시에도 더현대 오픈 눈앞
롯데백화점, 쇼핑몰사업 전환 도전장
체험 콘텐츠로 소비자 체류시간 증대
백화점+쇼핑몰 '컨버전스' 모델 제시
타임빌라스 수원 2030세대 매출 급증
유통시장의 키워드가 '무슨 물건을 파느냐'가 아닌, '고객의 시간을 얼마나 뺏느냐'로 바뀌며 쇼핑몰 사업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체류 시간 증대를 위해 유통업계가 각자만의 혁신을 더한 사업 모델을 제시하는 가운데, 롯데백화점 역시 쇼핑몰 경쟁에 발을 들인다.

올해부터 롯데백화점은 본격적으로 쇼핑몰 역량 강화를 시도하며 '유통 명가'의 명예 회복에 나선다. 이제는 이름값만 내세운 MD나 백화점이라는 채널의 명성이 소비자에게 통하지 않으면서다. 오프라인 쇼핑 공간이 구매를 넘어서 경험과 휴식을 제공하는 장소로 변모한 만큼, 롯데백화점은 체험형 콘텐츠를 전면에 배치한 쇼핑몰 사업의 고도화로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한다.

10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달 말 쇼핑몰 중장기 전략을 발표하며 해당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예고했다. 회사는 2030년까지 7조원을 투입해 국내 쇼핑몰의 수를 13개로 늘리고, 이를 통해 매출 6조6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당시 발표를 진행한 정준호 대표는 "주력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를 중심으로 소비자가 무엇을 사는 공간이 아닌, 먹고 시간을 즐기는 관점에서 쇼핑몰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며 "자체 분석 결과, 2030년까지 국내 백화점이 매년 2% 성장하는 사이 쇼핑몰은 17%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쇼핑몰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략 배경을 설명했다.
롯데백화점은 쇼핑몰 확장의 선봉장으로 '타임빌라스'를 낙점했다. 타임빌라스는 백화점의 프리미엄 테넌트 및 서비스와 쇼핑몰의 다양성을 결합한 '컨버전스형 쇼핑몰'이라는 사업 모델을 제시한다.

특히 롯데몰 수원의 면적 약 70%를 바꾸는 회사 역사상 최대 규모의 리뉴얼 프로젝트를 통해 지난 5월 선보인 타임빌라스 수원이 운영 초기에 성과를 거두며 자신감도 붙었다.

지난해 11월 롯데백화점은 영 테넌트 새단장을 시작으로 12월에는 캠핑 및 직수입 아웃도어 확대, 올해 2월과 4월에는 각각 지역 최대 프리미엄 키즈, 스포츠관과 프리미엄 미식 공간인 다이닝 에비뉴를 조성했다. 5월에는 타임빌라스 수원으로 전환하며 글로벌 패션 브랜드를 보강하고 6~8월에는 프리미엄 뷰티, 명품 등 럭셔리 콘텐츠를 차례로 선보였다.

그 결과, 전환 이후 신규고객 매출은 전년 대비 40% 이상 늘고, 수원 외 지역인 광역형 고객의 매출도 20% 이상 확대됐다. 우수 고객인 에비뉴엘 고객 1인당 매출도 최대 90% 가까이 늘어나며 다양한 고객층에서 고른 호응을 얻어냈다. 동시에 2030세대 고객의 매출은 타임빌라스 전환 후 30%가량 급증하며 장기 고객 확보에도 긍정적인 결과를 거뒀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24일 진행된 타임빌라스 수원의 그랜드 오프닝 현장에는 롯데그룹 3세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전무)도 참석하기도 했다. 쇼핑몰 사업이 롯데그룹에서도 주시하고 있는 주요 전략이라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쇼핑몰 사업의 첫 단추인 타임빌라스 수원의 성공 사례에 힘입어 타임빌라스를 '전국' 전역으로 확대한다. 2030년까지 인천 송도와 대구 수성, 서울 상암, 전북 전주에 4개의 신규 쇼핑몰을 세우고 기존 7개점은 증축 및 리뉴얼해 쇼핑몰로 전환한다.

이렇게 선보인 각 점포에는 롯데그룹이 보유한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를 결합하며 쇼핑몰 사업의 핵심인 경험 제공 역할 역시 충실히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롯데백화점은 10년 전부터 송도와 대구 수성 등 9개의 대규모 부지를 쇼핑몰 사업 부지로 전환하는 한편, 롯데그룹의 계열사 콘텐츠와의 연계도 검토하는 등 사업 확장의 기틀을 다져놨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롯데백화점은 현재 1% 수준인 쇼핑몰 매출 구성비를 2030년에는 30%로 끌어올리고 국내 쇼핑몰 시장에서 과반 이상의 점유율을 달성한다는 목표도 내걸었다.

롯데백화점이 올해 쇼핑몰 사업에 열의를 보이는 다른 배경으로는 업계 내 경쟁 심화도 꼽히고 있다. 롯데백화점과 함께 국내 백화점 3사를 구성하는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이전부터 체험 콘텐츠에 중점을 둔 쇼핑몰 사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전개해 왔다.

앞서 2016년부터 복합 쇼핑몰 사업을 전개해 온 신세계그룹은 스타필드를 전국구로 확대하며 그 세를 키우고 있다.

특히 올해 초 오픈한 스타필드 수원에서는 기존 사업 모델에서 한 단계 진화한 '스타필드 2.0'이라는 정체성을 제시하며 현재 소비의 주축인 MZ세대를 겨냥한 구조를 선보였다. 해당 점포에서는 프리미엄 피트니스 공간이나 별마당 도서관 등 체험형 특화공간을 배치하는 한편, MZ세대의 선호도가 높은 서울 홍대, 성수 기반 브랜드를 적극 입점했다.

현대백화점은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없이 백화점업계 최단 기간 1조 매출을 기록한 더현대 서울의 성공 사례를 지역 점포에도 접목시킬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지난 9월에는 현대백화점 부산점을 '사람, 장소, 문화를 연결하는 플레이그라운드'라는 정의 아래 지역 맞춤형·도심형 복합쇼핑몰 '커넥트 현대'로 변모시켰다. 또 광주광역시에 더현대 광주의 오픈을 앞두고 있으며 부산에도 더현대 신규 점포 건립을 검토 중에 있다.

백화점업계의 쇼핑몰 사업 확대는 향후에도 지속될 시장의 변화에 따라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분석이다. 기존 유통시장의 주력 채널로 여겨져 온 백화점의 경우,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 현상 심화의 여파로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웃렛 역시 최근 몇 년 새 이커머스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이 커지며 고유의 경쟁력이었던 가격 경쟁력 역시 과거에 비해 약화됐다는 평가다.

반면 쇼핑몰은 젊은 소비자들이 추구하는 체험형 매장의 특성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특유의 큰 공간을 앞세워 대형 이벤트나 팝업스토어 등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다는 점이 경쟁력으로 꼽히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전 오프라인 채널에서 이뤄져 온 단순한 상품의 구매는 이제 이커머스 등 온라인 채널에서 이뤄지는 비중이 크게 늘었다"며 "이 같은 변화에 오프라인 채널은 체험이라는 고유의 강점을 내세울 필요성이 대두, 그 역할을 수행하기에 가장 적합한 모델인 쇼핑몰의 경쟁력 확보가 업계의 과제"라고 설명했다.
서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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