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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역직구라는 말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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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11. 28. 17:42

이동일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겸 한국유통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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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일 한국유통학회장./세종대학교
단어는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제한한다. 어떤 경우에는 이러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제한하는 것이 고의적인 경우도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방향을 제한하고 우리의 해결방법을 왜곡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온라인 유통분야에서 이러한 역할을 하는 단어 중 하나가 소위 '역직구'이다.

역직구라는 말은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면서 2010년대 온라인 소매에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에서 시작됐다. 국경을 넘어 미국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 등에 등장한 제품, 특히 우리나라가 강세를 보이던 가전 제품들이 한국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더 싸다는 것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고, 우리 소비자가 직접 미국 사이트에 접속해 이런 상품을 구매하는 것을 직구(해외직접구매)라고 표현하기 시작했다.

사실 우리나라 제조업체의 거의 유사한 소비재 모델이 해외 특히 미국 소매점에서 특정기간에 더 싼 이유는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간의 소유권 이전이 어떻게 구성되는가하는 계약관계에 그 핵심이 있다. 미국 소매업체는 연중 도입가격과 물량을 결정해 계약을 하고, 동일 가격에 상품 재고를 확보하기 때문에 신모델, 신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할 12월이 되기 전에 재고물량을 처분할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구에 대한 대응은 같은 방식으로 전세계적 존재감을 갖는 소매사이트를 만들어 우리 제품을 판매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해외직접판매가 돼야 할텐데, 직접판매는 제조업체가 직접 판매하거나 특히 네트워크 마케팅 회사가 판매하는 행동을 지칭하는 표현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 일부 언론에서 직구에 대한 대응행동이니 역직구라고 지칭하기 시작했고, 이 용어가 점차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역직구라는 표현이 직구에 대해 같은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들어 있고, 특히 해당 지역에 대해 우리는 직접 판매를 늘리고, 상대는 직접 판매를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정책적 목표를 만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직구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전세계적 존재감을 갖는 온라인 소매사이트, 즉 아마존이나 쇼피, 테무, 알리익스프레스와 같은 것이 필요하다. 역직구를 목표로 하는 정책상 우리는 중소 사업자들이 아마존이나 쇼피와 같은 사이트에 입점하도록 유도하는데 박차를 가할 수 밖에 없다.

최근에는 알리익스프레스도 이러한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그러나 만약 이러한 사이트를 통해 해외직접판매가 늘어나면 우리 중소상인은 역외 시장에 대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있다 하더라도, 그 역량은 장기적으로 우리 산업에 쌓이는 것보다는 유출되는 것이 더 클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 때문에 우리 온라인 소매사이트의 해외 서비스 수출도 고민하게 된 것이다. 우리 온라인 소매사이트의 경쟁력이 강력하다는 점은 분명하고, 우리 시장에서의 영향력 역시 당분간 공고할 것이다. 여기서 보면 아마존에 상당히 의존하게 된 일본이나, 자기 나라 사이트로 인식하고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라자다에 의존하게 된 동남아와는 상당히 다르다.

지난 20년간 서비스 수출을 노력했지만 결국 역직구, 즉 우리나라 제조상품을 팔기 위해 해외로 진출한 유통서비스 진출 견제를 강하게 받을 뿐 아니라 심한 경우 경영권을 상실해 철수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다만 최근 우리 유통경쟁력의 강화에 따라 새로운 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한 상품범주에 특화되어 현지 유통망에 판매를 중개하고, 유통서비스를 연결시켜주는 일종의 온라인 무역중개상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무역 중개상들은 현지시장에 대한 이해는 물론, 현지 유통조성서비스에 대한 접근력도 갖춰나가고 있어 일종의 B2B 온라인 중개상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더 나아가 올리브영의 경우 해외에서 방문한 고객들을 온라인 고객으로 전환시켜 해외에서 주문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굳이 엄청난 광고비를 현지시장에 쓰지 않아도, 기반고객들을 확보해 충성고객으로 전환시키고 있는 것이다.

결국기존의 역직구라는 용어로 잡히지 않는 전략적 전환이 필요하다. 역직구는 대상 시장에 대해 상대의 판로를 역으로 이용하겠다는 점에서 시대착오적이다. 오히려 생산거점과 판매경로, 고객확보방식의 국제화, 범세계화를 체계화하고 추진하는 것이 우리 기업의 역량과 대응방법을 더 잘 활용하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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