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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북한 바라보며 커피 한 잔…“묘한 감정 밀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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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 기자

승인 : 2024. 12. 01. 16:52

이틀 전 애기봉 전망대에 스타벅스 개장
북한과 1.4㎞ 떨어진 거리서 마주한 커피
"익숙한 커피도 이곳에서는 색다른 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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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커피숍이 들어선 경기 김포 애기봉 전망대에 1일 관람객들이 망원경을 통해 북녘땅을 보고 있다. /박주연 기자
"황해도가 고향이었던 어머니와 아버지를 떠올리며 전망대에서 커피를 마시니 가슴이 먹먹하면서도 감회가 새롭습니다."

짙은 안개가 휴전선 일대를 뒤덮은 1일 오전 11시께 경기 김포시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전망대에 선 정모씨(69)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손에 쥔 채 북쪽을 말 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정씨의 부모님은 6·25 전쟁 당시 남으로 내려와 남은 가족들과 생이별을 했다. 정씨는 "어머니는 늘 '우리 가족이 보고싶다'고 말씀하셨었는데, 결국 가족을 만나지 못한 채 돌아가셨다"며 "평생 가족을 그리워하며 살아온 부모님의 모습을 보고 자라서 늘 무거운 마음으로 북한을 바라봤었는데, 오늘은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위로가 돼 북한을 바라보는 느낌이 참 색다르다"고 했다.

북한과 불과 1.4㎞ 거리의 경기 김포 애기봉 전망대에 지난달 29일 문을 연 스타벅스 김포애기봉생태공원점이 특별한 공간으로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맑은 날이면 망원경을 통해 북한의 송악산과 민간 마을의 모습을 선명히 볼 수 있어 관람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었다.

애기봉은 6·25전쟁 당시 남북이 차지하려고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군사 요충지였다. 한때 이곳에는 성탄 불빛을 밝히는 등탑이 있었지만 북한의 반발로 2014년 철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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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경기 김포시 애기봉평화전망대에서 안개로 북한을 직접 보지 못한 시민들은 아쉬움을 달래며 전망대에 설치된 모니터로 북한의 모습을 대신 감상하고 있다. /박주연 기자
2021년 새롭게 조성된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은 전망대 외에도 평화의 종, 흔들다리, 공연장 등을 갖추고 있다. 평화의 종은 6·25 전쟁 유적에서 나온 탄피 등을 녹여 만든 것으로, 분단의 상처 속에서도 화합과 평화를 꿈꾸는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곳은 민간인출입통제구역(CCZ) 내에 위치해 있어 사전에 출입신청을 하고 군사 검문소를 통과해야 하는 등 입장이 번거롭다. 그런데도 공원 입장권을 사기 위한 주차장에는 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대기줄이 길게 늘어섰다. 관람객들은 현장 발권시 애기봉 평화공원 입구 매표소에서 출입신청서를 작성하고 신분증을 확인한 뒤, 통제초소에서 출입신청서를 제출해 입장한다. 이어 차로 약 7분 정도 들어가 주차하고 다시 7~10분 정도 걸어 올라가야 애기봉 전망대에 도착할 수 있다.

이 같은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이날 커피숍은 개장 30분만에 만석이 됐다. 홀로 전망대를 찾은 40대 이모씨는 "평소 마시는 커피와 같지만, 북한을 바라보며 마시는 이 커피는 특별한 의미로 바꿔주는 것 같다"며 "자연스럽게 북한의 삶과 평화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고, 의미도 더 깊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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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경기 김포 애기봉전망대에 위치한 스타벅스 매장이 관람객들로 만석이 되어 있다. /박주연 기자
특히 전망대와 스타벅스의 조합은 젊은 세대들에게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세영씨(25)는 "커피를 마시며 북한을 볼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엄마와 함께 왔다"며 "매장은 이미 만석이라 자리를 잡지 못했지만, 날씨 좋은 날 다시 와서 이 특별한 경험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고 말했다. 20대 한 커플은 "역사적 의미가 있는 경치 좋은 곳에 스타벅스까지 생겨 사진도 찍고 특별한 추억을 남길 수 있을 것 같아 왔다"며 여자친구와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안개로 북한의 모습을 직접 보지 못한 시민들은 전망대에 설치된 모니터로 대신 감상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서울 송파구에서 아내, 두 아이와 함께 왔다는 박모씨(53)는 "오늘은 날씨 때문에 북한이 보이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며 "그래도 우리가 어떤 역사를 지닌 국민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곳인 만큼, 국민이 쉽게 찾아와 북한을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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