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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의 안보정론] 미국 외교·안보의 ‘트럼프발 개혁’과 한·미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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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12. 02.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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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 전 통일연구원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에 출범할 새 정부의 주요 보직들에 함께 호흡해 온 개혁 성향의 충성파들을 지명하면서 '트럼프발 개혁'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효율부'를 맡을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 에너지 정책을 이끌 셰일가스 기업 경영자 출신 크리스 라이트, 국경 관리를 책임질 전 이민세관단속국 국장 톰 호먼 등의 면면을 보면, 'America First'와 'ABB(Anything But Biden)'를 외치면서 정부 조직 개혁, 탈자유주의 및 보호무역 강화, 친환경 정책 폐기 등이 예고된다. 제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은 영토적·경제적 이익에 대한 위협에는 민감하게 대응하면서도 이해관계가 적은 국제 사안에서는 고립주의적 입장을 택했었다. 바야흐로 잭소니언 전통의 재현이 예고되고 있다.

◇'America First'인가, 'America Alone'인가?

외교·안보 진용도 매우 파격적이다. 트럼프는 부통령에 40세의 제임스 밴스 상원의원, 국무장관에 53세의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 국방장관에 44세의 폭스뉴스 앵커 피트 헤그세스, 국가안보보좌관에 50세의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 국가정보국장(DNI)에 43세의 털시 개버드 여성 하원의원,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59세의 존 랫클리프 전 국가정보국장, 국토안보부장관에 53세의 크리스티 놈 사우스다코타 여성 주지사, 그리고 유엔 주재 미 대사에 엘리스 스터파닉도 40세의 여성 하원의원을 지명했다. 이 중에서도 외교·안보 정책의 핵심 5인방인 부통령, 국무장관, 국방장관, 안보보좌관 그리고 국가정보국장의 평균 나이는 46세이고 모두가 '미국 우선주의'를 실천해 온 충성파들이며, 4명은 중동 참전용사들이다. 흔한 장성 출신이 한 명도 없는 것을 보면 '경륜'을 중시한 흔적은 없으며, 대통령 유고 시 40세 부통령이 미국을 이끌어야 할 판이다. 그래서 미국 내에서 지명자들의 경륜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젊음과 패기'가 더 강한 미국을 만들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해병대 병사로 이라크에 참전했던 밴스 부통령 지명자는 낙태 금지, 지구온난화 부정 등으로 트럼프와 이념적 궤를 함께해 온 젊은 정치인이다.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는 강력한 대중(對中) 경계심을 보여왔고 북한을 '범죄 집단'이라고 불렀다. 2017년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에는 '미치광이 집단'이라고 했다. 왈츠 안보보좌관 지명자도 중동 참전자로 예비역 대령이며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보이콧하자고 했었다. 그도 루비오와 마찬가지로 한국에 오면 비무장 지대를 찾곤 했던 지한(知韓)파다. 역시 중동 참전용사로서 육군 소령 출신으로 폭스(FOX)뉴스의 진행자로 활약하면서 트럼프와 인연을 쌓아온 헤그세스는 44세에 국방장관에 지명됨으로써 '우려와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개버드 국가정보국장 지명자도 중동 참전 경력을 가진 예비군 중령이며, 21세에 하원의원이 된 맹렬 여성이다.
이들의 이념 성향과 과거 언행을 종합해 보면, 몇 가지 예상이 가능하다. 우선, '더욱 강력한 미군'을 향한 개혁이 예상되며, '정치적 올바름(PC)과 깨어 있기(WOKE)' 운동은 퇴조할 것으로 보인다. 고령의 고위 장성들이 군복을 벗을 가능성도 있다. 대외적으로는 '변혁의 축'으로 불리는 'CRINK(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세력과의 이념적 차별성을 강조할 것이며, 중동으로의 재진입,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전 등을 추구할 것이다. 주이스라엘 대사에 서안지구 이스라엘 정착촌을 옹호해 온 기독교 보수주의자 마이크 허커비를 지명한 것을 보더라도 친이스라엘 기조가 강화될 것은 분명하며, 서방이 짜놓은 중동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란의 시도를 무산시키기 위해 사우디, 아랍에미리트 등 친미 성향 국가들과의 관계를 개선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목표들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America First'를 외치더라도 'America Alone'이 되어서는 안 됨을 트럼프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더 강하게 '공정한 안보비용 분담'을 요구하면서 '피 흘리고 돈 들어가는 개입'은 꺼리는 잭소니언 전통을 재현시킬 가능성은 다분히다.

◇'창조적 파괴'가 예상되는 핵정책과 한반도 정책

핵군사력의 선택적 증강과 핵독트린의 강화도 예상된다. 미국은 탈냉전 이후 핵무기의 80%를 줄이고 재래 군사력도 감축해 왔는데, 그 결과 신냉전의 도래와 더불어 전술핵, 항모, 함정, 잠수함 등 무기체계의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핵무력에서는 러시아에 밀리고 전투함 숫자에서도 중국에 밀리는 처지가 되었다. 하지만 오바마-바이든의 '핵무기 역할 축소론'은 퇴조할 것으로 보이며, 전술핵 개발에 무게가 실릴 것이다. 이런 변화는 한국 안보와 무관하지 않다. 예를 들어, 해군이 추진했지만 바이든 행정부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가 겨우 생존한 해상발사 순항미사일(SLCM-N) 프로젝트는 저위력 핵탄두 W76-2 운용을 위한 것이며 미 공군이 추진해 온 AGM-181 공중발사 순항미사일(ALCM)은 W80-4 신형 핵탄두 탑재용이다. 이들의 개발이 앞당겨진다면 추후 한국 또는 인근 지역에 미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문제가 논의될 때 가용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이런 방향의 변화는 대한(對韓) 확장억제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한반도 및 한·미동맹과 관련해서도 '창조적 파괴'에 가까운 변화가 있을 수 있다. 북핵과 관련해서는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정책'으로 귀결된 오바마-바이든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정책을 답습할 것 같지는 않다. 북·러 군사적 밀착이 가져올 수 있는 북핵 고도화로 인해 북한이 직접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핵능력을 보유하는 문제에 대해서 민감한 반응을 보일 것으로 보이며, 동시에 '북핵 위협 관리'를 위한 대북 핵협상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북한 비핵화만이 불변의 목표"라는 논리로 이런 미·북 핵대화를 반대하거나, 미국이 자신들을 직접 위협하는 북한의 장거리 핵타격 능력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고 비난하는 것은 맥락 없는(pointless) 일이 될 수 있다. 대답 없는 메아리에 불과한 '북한 비핵화'만 외치는 것은 사실상 북핵을 방치하는 것과 같으며, 북한이 미국을 타격하는 핵능력을 가지면 한·미동맹이 이완되고 유사시 미국의 개입 의지를 약화시킨다. 즉,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견제하는 것은 한국 안보에 도움이 된다. 또한 한·미 및 한·미·일 안보공조는 계속 중시하겠지만 인-태 전략 동참 강화, 국방비 증액, 방위비분담금 재협상 등을 요구할 가능성은 다분하다. 이런 문제에서 한국이 선제적·신축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한미동맹은 미·일동맹의 하위 동맹으로 전락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윤석열 정부에 부여된 동맹외교 과제는 매우 엄중하다.

미국은 동맹국을 평가하기 위해 다양한 기준들을 사용하지만, 그중에서 핵심적인 3대 기준은 '이념적 상응성,' '미 세계전략 기여도' 그리고 '국방을 위한 자구적 노력과 투자'다. 격변의 국제정세 속에서 북핵 위협에 노출된 한국으로서는 잭소니언 고립주의 전통을 이어갈 제2기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지금까지 대한민국이 이 기준들에서 어떤 평가를 받아왔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정학적 여건을 감안할 때, 한국은 '자강과 동맹' 중에 어떤 것도 경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향후 원활한 동맹외교와 정책 공조를 위해서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전에 특사 파견을 통해 선제적 조율을 시도하는 것도 바람직해 보인다. 동맹 관리에 관한 한 한국은 트럼프 제2기 미 정책기조를 예상하면서 "잘된 것은 계승하고 잘못된 것은 보완한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김태우(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 전 통일연구원장)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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