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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LG디스플레이 8.6G ‘감감무소식’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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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승인 : 2024. 12. 19. 16:01

8.6세대 IT OLED 투자 고심
삼성·BOE는 라인 확대 한창
시장 성장세 전망은 제각각
최지현
글로벌 패널 업체 '톱 3' 가운데 LG디스플레이만 유일하게 발을 들이지 않은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8.6세대 IT(정보기술)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입니다. 지난해 봄이었을까요. 삼성디스플레이가 4조원이 넘는 뭉칫돈을 들여 8.6세대 IT용 OLED 생산라인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중국 BOE도 같은해 11월 630억 위안(약 12조4200억원)을 들여 8.6세대 OLED 생산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자연스레 업계 관심은 LGD에 쏠렸습니다. 8.6세대 IT용 OLED 투자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왕왕 들려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때마다 LGD는 이를 부인했습니다. 8.6세대 투자에는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한데, 자금사정이 안좋은 LGD 입장에선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었습니다. 1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같은 입장입니다. 그런데 LGD의 투자 결정이 안나오는 건 단순히 재무적 상황 때문은 아닙니다. 사실 당장은 불모지이라 해도 향후 어마어마한 성장이 보장된다면 빚을 내서라도 땅을 사두는 게 투자 심리죠.

투자결정 지연에는 IT용 OLED 시장 성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자리합니다. 현재 IT OLED '큰손'은 애플이 유일합니다. OLED 패널이 적용되는 아이패드 흥행이 곧 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아이패드의 올해 판매가 저조하면서 이 성장세를 보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반면 'IT OLED가 곧 미래'라는 시각도 분명 존재합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IT용 OLED 매출이 올해 31억 달러(약 4조4600억원)에서 2027년 100억 달러(약 14조38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금 당장 투자를 하자니 미래가 불확실하고, 안하지니 나홀로 뒤쳐지는 것 같고…. LGD의 상황이 딱 이렇습니다. 불투명한 미래라는 기로에 선 지금의 모습은, 7~8년전 LGD의 상황과 무척 닮아있습니다. 앞서 이 회사는 지난 2016년 대형 LCD(화면표시장치)와 중소형 OLED 사업을 놓고 어느 쪽에 투자를 확대할지 선택을 고민했습니다. 당시 중국의 LCD 굴기를 얕본 LGD는 회사의 방향을 LCD로 설정했는데, 이 결정이 작금의 상황을 초래했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이런 가운데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BOE는 각각 2026년, 2027년 8.6세대 IT용 OLED 양산을 시작합니다.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지만,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해 버린다면 LGD는 초기 물량을 몽땅 경쟁사들에 넘겨줘야 할 가능성이 큽니다. LGD와 정철동 사장이 어떤 선택을 할 지 자못 궁금해집니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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