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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이시바 총리에 ‘적이 1000만명이라도 간다’고 한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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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5. 01. 01. 07:42

닛케이 "시진핑, 이시바에게 '적이 1000만명이라도 나는 간다'고 해"
맹자 문구 인용. 국내외 도전과 싸울 의지 표명
"시진핑, 경제 침체·사회 불안 등에도 경제 정책·통치 행위 유지 신호"
중일 정상회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2024년 11월 15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페루 리마에서 한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신화·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에게 어떤 국내외 도전에도 싸울 것이라며 의지를 밝혔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이 1일 보도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15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페루 리마에서 한 이시바 총리와의 회담에서 "1000만명이라고 해도 우리는 간다"라고 했는데, 이는 "적이 1000만명이라고 해도 싸울 것"이라는 의미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 닛케이 "시진핑, 이시바에게 '적이 1000만명이라도 나는 간다'고 해"
시진핑, 맹자 문구 인용. 국내외 도전과 싸울 의지 표명

닛케이는 시 주석 언급의 출처가 중국 고대 전국시대 저서 '맹자'라며 "스스로 생각해 옳다고 생각하면 적대자·반대자가 아무리 많아도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이 믿는 길을 가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맹자 '공손추상(公孫醜上)'에는 '스스로 돌아보아 떳떳하면 비록 1000만명이라고 내 길을 간다'는 문구가 나온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이 같은 시 주석의 언급을 보도하지 않았지만, 일본 측에서는 빠르게 전해져 일각에서는 놀라움의 목소리가 나왔는데, 이는 시 주석이 이시바 총리의 정치적 스승인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일본 총리를 언급하면서 다나카 전 총리가 예전에 사용했던 이 말을 인용했기 때문이라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다나카 전 총리는 1972년 자민당 내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중국을 방문해 중·일 국교 정상화의 길을 열어 중국 측으로부터 오랫동안 중·일 관계의 '우물을 판 인물'로 칭송받아 왔다.

닛케이는 시 주석의 언급이 "진정한 권력자가 대일 관계 타개를 위해 제시한 명확한 신호"라는 외교적 해석이 맞는다며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일본 외무상이 12월 25일 중국 베이징(北京)을 방문해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를 만났는데, 이 면담을 최근으로서는 드물게 사전 확정된 일정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시진핑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24년 11월 16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 자리에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배석하고 있다./AP·연합뉴스
◇ "시진핑, 경제 침체·사회 불안 등에도 경제 정책·통치 행위 유지 신호"

닛케이는 중국공산당 내 '정치학습'이나 관영 매체가 시 주석의 이 언급을 이전부터 반복해 인용해 왔다며 시 주석은 맹자의 문구뿐만 아니라 지행합일(知行合一) 등 양명학에서의 인용을 좋아한다고 보도했다. 명나라 때 왕양명이 창시한 유학의 일파인 양명학은 맹자의 성선설의 흐름을 잇는 사상이다.

시 주석은 2022년 11월 중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2022년 10월 제20차 공산당대회에서 직접 참석한 분과별 토론회에서 이 맹자의 문구를 언급했다.

닛케이는 중국 경제의 장기적인 침체, 청년실업률의 고공행진 등 사회 불안 증가, 2024년 하반기 발생한 흉악하고 비참한 사건들 등에도 불구하고, 시 주석이 맹자 문구를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기본적인 경제 정책, 통치 행위 등 자신의 신념을 굽힐 생각이 전혀 없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시 주석은 2018년 헌법을 개정해 임기 5년의 국가주석직을 3번째 수행하고 있고, 4 연임에 대한 의욕도 강하지만 싸우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는데, 그 '적'에 리상푸(李尙福) 국방부장(장관)·리위차오(李玉超) 로켓군 사령관 등을 부패 혐의로 해임한 인민해방군이라면 불안하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인민해방군 최고 의사 결정기관인 중앙군사위원회 기관지 '해방군보'에 '함부로 공산당 중앙에 관해 논의해서는 안 된다'는 지시를 무시하는 듯한 주장이 계속되면서 시진핑 체제 근간에 관한 본질적인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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