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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 당사자들이 무슨 변명을 해도 이번 참사의 원인은 인재(人災)였다. 인간들의 욕심과 부주의가 소중한 179명의 생명을 앗아간 것이다.
사실 이 세상의 많은 무질서와 훼손·불행은 인간들의 탐욕과 오판에서 비롯된다. 자연 생태계만 해도 그렇지 아니한가. 잡초가 무성한 산야는 있는 그대로일 때 가장 건강한 토양을 유지한다. 그 속에서 수많은 식물과 곤충과 동물들이 나름의 질서를 유지하며 작은 우주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들이 생존과 안락한 삶을 위해 개발의 삽을 들 때 그 균형은 깨지고 만다. 대자연이 인간들에게 주는 섭리와 교훈 앞에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오늘의 충격과 대혼돈을 겪으며 우리 인간의 존재 이유와 근본에 대해 깊이 성찰해 본다. 꽃처럼 살고 싶었지만 결국은 잡초처럼 살고 있는 우리 민초들의 삶도 되돌아본다. 우리의 이웃으로서 잡초와 같은 인생을 이어갔을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깊은 추모의 마음을 전한다. 고인들에게 들꽃으로 엮은 애도의 화관(花冠)을 바치며 명복을 빈다.
/만화가·前 중앙선관위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