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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정부군, 쿠르드 실효지배 유전 도시 ‘키르쿠크’ 점령…미국 “중립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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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승인 : 2017. 10. 17. 16:37

IRAQ KIRKUK CONFLICT <YONHAP NO-1007> (EPA)
사진출처=/EPA, 연합
이라크 중앙 정부와 독립을 요구하는 쿠르드 자치 정부(KRG)의 대립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라크 정부군은 16일 KRG가 실효지배 해오던 유전 도시 키르쿠크를 사실상 점령했다. 키르쿠크를 이라크 정부군에 내어주면서 쿠르드 족의 독립은 더욱 요원해진 분위기다. 미국은 이 사태에 중립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이라크 정부군은 북부 키르쿠크 주의 주도 키르쿠크 시의 중심가로 진군했으며 하루만에 유전 및 공항, K-1공군기지 등 주요 시설을 포함한 도시 전체를 장악했다고 발표했다. 로이터는 이라크 정부군의 군용 차량이 키르쿠크시 중심부에 진군하는 장면이 목격됐으며 정부군은 주 청사에 걸려있던 KRG의 깃발을 철거하고 이라크 국기를 내걸었다고 전했다. 수천 명의 키르쿠크 거주 쿠르드계 민간인들은 정부군의 보복이 두려워 쿠르드 자치지구 쪽으로 탈출하고 있다.

KRG 자체 보안군 페슈메르가는 국지적 충돌 외에는 눈에 띄는 항전 없이 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슈메르가의 70사단장 자파르 셰이크 무스타파는 “이라크군 병력이 수에서 압도적”이라며 페슈메르가 병사들의 목숨을 보호하기 위해 철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라크 군이 하루만에 키르쿠크를 장악할 수 있었던 배경에 중앙정부와 자치정부 간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그는 “합의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는 성명을 내고 “전체 국민에 봉사하고 통합을 보전하는 것이 나의 헌법상 임무”라며 키르쿠크 점령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반면, 쿠르드 자치 정부 측은 “정부군의 진군은 쿠르드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반발하고 있다.
키르쿠크는 공식적으로는 쿠르드 자치지역 밖에 위치한 이라크 중앙 정부 관할 지역이지만 2014년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세를 얻고 있던 당시 패주한 이라크 정부군을 대신해 페슈메르가가 IS를 격퇴하면서 KRG 측이 이 지역을 실효지배 해왔다.

이라크 정부와 KRG가 키르쿠크 주의 관할권을 서로 주장하는 것은 이곳이 하루 평균 40만 배럴 가량의 원유가 생산되는 대표적인 유전지대이기 때문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따르면 키르쿠크의 석유 생산량은 이라크 전체의 약 8%를 차지한다. 주민들은 쿠르드족이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주도인 키르쿠크 시에는 아랍계와 터키계도 상당수 거주하고 있다.

키르쿠크는 지난달 25일 KRG가 진행한 독립 찬반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에도 참여했다. 주민투표에서는 키르쿠크를 포함한 쿠르드족 자치 지역 내 주민 중 압도적 다수가 이라크로부터의 분리 독립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 이후 KRG와 이라크 중앙 정부 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으며 본격적인 무력 충돌로 발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편 미국은 이 사태와 관련해 “중립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미국은 “이 전투에서 어느 편도 들지 않을 것”이라면서 “양측이 충돌하고 있는 상황은 좋지 않다”고만 밝혔다. 미국 당국자는 “이 지역 긴장 완화를 위해 이라크의 모든 관계자와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KRG와 상당히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으나 독립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김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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