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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간첩 혐의 전 차관 사형 집행…자백 강요 고문 의혹에 서방 강력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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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원 기자

승인 : 2023. 01. 15. 13:10

아크바리 생전 목소리 "3500시간 고문"
Iran
2008년 당시 알리레자 아크바리 전 국방부 차관의 모습. / AP=연합뉴스
이란 당국이 간첩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은 전 국방부 차관에 대한 형을 집행했다. 사형수가 이중국적자인데다 심한 고문에 의해 범죄 자백을 강요받았다는 의혹이 일자 서방 국가는 일제히 이란 당국을 비난했다.

이란 사법부는 14일(현지시간) 영국과 이란 이중 국적자인 알리레자 아크바리 전 국방부 차관에 대한 형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아크바리는 영국 정보기관 MI-6와 내통하고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한 혐의로 2019년 체포된 뒤 사형 선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사법부는 그가 영국 정보기관에 정보를 넘긴 대가로 한화 약 30억원의 돈을 수차례에 걸쳐 받았다고 주장했다.

아크바리는 이란 국영 언론이 11일 공개한 영상에서 죄를 자백했는데, 생전 그는 거짓 자백을 강요받았다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이 반체제 언론으로 지정한 BBC 페르시안은 앞서 아크바리가 억울함을 호소하는 녹음 메시지를 공개했다. 아크바리는 "3500시간 넘게 고문을 당하고 약물을 강제 투약받았으며 신체적, 정신적으로 극한의 상황을 만들어 거짓 자백을 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 이란지부는 영국 정부에 고문과 학대 의혹을 철저히 수사하고 이란 당국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자국민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야만적인 정권이 자행한 잔인하고 비겁한 행위"라며 사형 집행을 규탄했다. 영국 외무부는 "끔찍한 인권침해를 저지른 정권에 책임을 묻겠다"며 모하마드 자파르 몬타제리 이란 검찰총장을 제재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외교부는 이란 대사를 초치해 임의로 억류한 외국인의 처우 등에 관한 국제법을 반복적으로 위반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제임스 하틀리 주영국 미국 대사도 "미국은 영국과 함께 이러한 야만적인 행동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란 외무부는 역으로 사이먼 셔클리프 이란 주재 영국대사를 초치해 "파괴적인 커뮤니케이션 라인을 구축한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크바리 전 차관은 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유엔과 협력을 주도해 휴전을 끌어냈고 2015년 이란과 서방의 핵협상에서도 역할을 한 인물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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