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자치 강조하며 "美 의존도 줄여야"…달러 치외법권도 지적
|
마크롱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중국 방문을 마치고 프랑스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폴리티코, 프랑스 경제지 레제코 등 3개 매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미중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대만 문제에 대해 "유럽은 대만에 대해 미국 혹은 중국의 입장을 추종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가장 최악의 상황은 유럽인들이 미국의 리듬과 중국의 과잉반응을 따라야 한다고 믿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간 강조해왔던 유럽의 전략적 자치를 다시 언급하고, "우리는 블록 간 대립의 논리에 빠지고 싶지 않다. 유럽은 우리의 것이 아닌 혼란과 위기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간 마크롱 대통령은 미중 패권 다툼 속에서 유럽이 '제3의 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유럽이 직면한 큰 위험은 우리와 무관한 위기에 말려들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두 초강대국 사이에 긴장이 고조된다면 우리는 우리의 전략적 자치를 구축할 시간이나 재원을 갖추지 못한 채 미국에 종속되고 말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6일 시 주석은 중국을 찾은 마크롱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회담하고 대만 문제를 논의했다. 삼자 회담에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무력을 통한 현상 변경은 용납할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반면, 마크롱 대통령은 시 주석과 별도로 진행한 회담에서 상대적으로 유화적이었다고 폴리티코는 프랑스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또 대통령 전용기가 중국 영공을 벗어난 이후 중국이 대만포위 훈련을 시작했다는 것을 마크롱 대통령이 기뻐하는 눈치였다고 매체는 전했다.
아울러 이번 인터뷰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이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유럽은 군사 및 에너지 분야에서 미국에 의존도를 심화해왔으며, 이제는 유럽의 자체 방위산업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또 미국 달러가 세계경제에서 '치외법권'을 누리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달러에 대한 의존도도 줄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 러시아, 이란 등이 달러 위주의 국제 금융망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방법을 통해 제재를 가했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유럽 국가들도 사업을 중단하거나 제3국과 관계를 끊어야 하는 '2차 제재'를 받게 됐다. 그러면서 유럽 내에서 미국이 달러를 무기화하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신냉전 구도가 재구축되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가 중국과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으로서는 심기가 불편하게 됐다고 AFP통신은 진단했다. 아울러 미국과 유럽의 연대를 경계하는 시 주석과 중국 공산당은 유럽의 전략적 자치를 열렬히 지지하고 있어, 마크롱 대통령과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부분도 있다.
글로벌 경제연구소인 가베칼 드래고노믹스의 얀메이 시 지정학 애널리스트는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패권국이 되는 것을 유럽이 예상보다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일부 지도자들은 그러한 세계질서의 재편이 유럽에 더 유리하다고 믿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