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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축산악취 민원, 그 시작과 끝은 ‘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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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3. 09. 15. 12:53

강호동 합천율곡농협 조합장
강호동
강호동 합천율곡농협 조합장
과수 및 밭작물은 '벌레(蟲)'와의 전쟁이고, 축산은 '똥(糞尿)'과의 전쟁이라는 말이 요새는 점점 더 무색해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과수 및 밭작물은 인력난으로 작업할 사람을 못 구해 난리고, 축산은 '악취 민원'에 시달리는 농촌 현실에 만감이 교차한다.

축산업은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식량 안보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산업 자체가 악취 민원에 취약해 지속 가능성마저 위협받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이 최근 축산악취 민원에 시달려온 한 양돈농가가 스스로 생을 마감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고인은 전남 보성에서 양돈장을 운영하면서 환경친화적인 농장 운영을 통해 모범농가로 인정받아 왔으나, 지속적인 축산악취 민원과 지자체 현장 점검, 사육 마릿수 감축 지시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심적 부담감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농가 사례를 보면, 축산악취 민원이 얼마나 보편적이고 심각한 양돈업 현안인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해당 농가는 지난 23년간 양돈업을 운영하며 나무 심기, 지역사회 기부 등 나눔 활동을 해왔으며, 특히 수시로 돼지고기와 쌀, 현금 등을 지역사회에 기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뿐만 아니라, 냄새 저감을 위해 농장 곳곳에 조경수와 편백나무를 심고 다양한 꽃들을 가꿔 환경개선에 노력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지자체로부터 '동물복지형 녹색축산농장' 지정, '무항생제 축산물', '농장 안전관리' 인증도 받았기에 축산업계에 주는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돌이켜 보면, 지속적으로 축산냄새 민원을 제기한 민원인도, 민원을 받은 축산농가도 심리적 부담이 상당했을 것이다.
문제는 축산악취가 나는데 얼마나 나는지, 냄새가 난다면 얼마나 개선해야 하는지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민원인도 축산농가도 정량화된 수치를 모르니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갈등의 골이 깊어 질 때로 깊어진 후 비로소 지자체가 나서서 축산악취 정도를 1∼2회 측정해 결정하다 보니, 축산농가가 그 결과를 수용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냄새라는 것이 맑은 날, 구름 낀 날, 비가 오는 날, 습도가 높은 날 등 환경요인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축산악취 정도를 1∼2회 측정이 아닌 365일 측정해 현재 수치와 개선 목표치를 수량화하는 데이터 기반의 냄새 관리가 필요하다. 이 경우 민원인도 축산농가도 직감이 아닌 과학적 접근을 통해 해결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축산악취 정보의 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으로 인해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이나 축산농가 모두 합리적 이해조정에 이르기보다는 감정에 치우쳐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축산악취에 대한 민원인의 문제제기를 그저 악의적이거나 축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만 치부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축산악취 민원에 따른 농가의 잘못된 선택을 그저 안타깝게만 생각한다면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같은 상황이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을 것이다.

축산악취 민원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정부는 축산농가가 축산악취 수준을 데이터에 기반 한 수치로 관리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향후 개선할 목표치를 명확히 설정하여 관리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축산악취 저감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현재 수준을 정확히 진단해야 개선할 목표를 정할 수 있고, 그래야만 실효성 있는 개선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데이터에 근거해 축산악취를 관리함으로써 민원인이나 축산농가 모두가 감정보다는 과학적 접근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측정할 수 있으면 개선할 수 있다"는 말을 그냥 지나치기에는 축산업이 당면한 경영환경이 그리 녹록치 않다. 농업 분야의 디지털 전환은 크고 보기 좋은 성과만 쫓기보다는 농업 현장의 애로를 해결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강호동 합천율곡농협 조합장 프로필
▲1963년 경남 합천 출생 ▲전 농협중앙회 이사▲농협부산경남유통 이사▲농민신문사 이사▲전국품목별협의회 회장단 부의장▲한국딸기생산자대표조직 회장 및 자조금 관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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