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애초에 공정 경쟁 통한 가격 형성 전제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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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형사3부(이창형 부장판사)는 23일 공정거래법 위반·입찰방해 혐의로 기소된 GC녹십자·글락소스미스클라인·보령바이오파마·유한양행·SK디스커버리·광동제약 등 6개 제약·바이오 업체와 그 임직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애초부터 이 사건 입찰이 공정한 경쟁을 통한 가격 형성을 전제하기 어렵고, 피고인들이 들러리 업체를 내세워 참여했다 해도 각 입찰에서 공정한 자율경쟁을 통한 적절한 가격 형성에 부당한 영향을 줬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당시 입찰은 백신 제조사나 수입사로부터 공급확약서를 발급받은 업체만 낙찰받을 수 있는 구조였는데, 공동 판매사인 피고인들이 아닌 제3의 업체가 확약서를 발급받을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제약사의 들러리 입찰에 대해서도 "실질 경쟁을 배제해 공동판매사가 낙찰받도록 하기 위함이 아니라 백신 적시 공급 필요성 및 촉박한 사업시기를 맞추기 위한 질병관리본부의 종용·압박이 근본적인 배경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자궁경부암, 결핵, 폐렴구균 백신 등 정부가 발주한 국가백신사업 입찰에 참여하면서 사실상 입찰 의지가 없는 이른바 '들러리 업체'를 세우는 수법으로 짬짜미해 폭리를 취한 혐의로 2020년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들러리 업체들은 실제 입찰에 참여하는 이들 기업보다 자발적으로 더 높은 가격을 써내 백신 가격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앞서 1심은 지난해 2월 "이 사건 각 범행은 자유 경쟁, 공정 경쟁을 해하는 입찰방해로 인정된다"며 녹십자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에 각 7000만원, 보령바이오파마와 유한양행에 5000만원, SK디스커버리와 광동제약 3000만원을 선고했다. 아울러 업체 임원 7명에게도 300만~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