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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년의 잡초이야기] 단풍잎돼지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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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09. 19. 18:07

2024091901010013384
잡초는 참 건강하다. 또한 자연이 만든 질서를 충실히 따르는 정직한 식물이기도 하다. 이웃 잡초에게 슬쩍 한쪽을 내주는 도량을 베풀 줄도 안다. 겨우 한 자리를 차지한 잡초는 더 욕심부리지 않고 햇살 몇 뼘 맞이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염치로 응답한다. 그런데 이렇게 평화로운 생태계에 언제부턴가 폭군이 등장했다. 외국에서 유입된 생태교란종 '단풍잎돼지풀' 이야기다.

이 녀석들은 특히 경기 파주·포천·연천 지역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데 그 범위를 급속히 남쪽으로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단풍잎돼지풀'은 모든 면에서 최강의 전투력을 자랑한다. 빠른 생장속도, 높은 키, 넓은 잎, 강한 생명력, 광범위한 번식력 등으로 기존 질서에 순응하던 순둥이 잡초들을 몰아붙이고 있다. 세상을 점령하고 싶은 욕구로 가득한 '단풍잎돼지풀'에게 이웃 식물과의 상생, 생태계의 소중함 따위가 눈에 들어올 리 없다.

최근 대한민국에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사납고 파괴적인 갈등들이 등장해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다. 몇 년 사이 정도가 심해진 이념 갈등이 그것이다. 최근에는 해묵은 친일 논쟁과 건국 논란까지 불거져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 미래를 단단히 준비해도 앞날을 보장받을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이기에 이들의 행태는 실로 백해무익하다. 극혐(極嫌)으로 물든 이러한 병폐들이 지역 감정, 세대 갈등, 젠더(Gender) 갈등으로 번져 우리 사회를 회복 불능으로 몰아가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가 된다.

잡초들은 자연에 순응하며 우리에게 비옥한 땅을 물려주었다. 우리 선조들도 토종 잡초와 크게 다르지 않은 배려와 상부상조의 삶으로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해 주었다.
서로 다른 이념과 가치관을 존중하며 합의를 이끌어 가는 갈등의 건강한 순기능을 우리는 정녕 되찾을 수 없는가. 건전한 경쟁과 상호교감의 상생 정신으로 대한민국의 가치를 세계 중심으로 끌어올릴 수는 없는 것인가. 주변을 온통 뒤덮은 '단풍잎돼지풀'을 보며 드는 상념이다.

/만화가·前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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