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송국건의 현장정치] 좌파정치 볼모 잡은 李대표의 도박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review.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104010001375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11. 04. 18:05

KakaoTalk_20240826_153236833
본지 객원논설위원
김남국 전 의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강성 측근 그룹인 '7인회' 멤버였다. 대선 캠프에선 수행실장, 온라인소통단장을 지냈다. 그가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한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필자 나름대로 요약하면 "신선놀음 책 장사는 그만하고 '이재명 방탄'의 선봉에 서라"는 거였다. 그중 눈에 확 띄는 글귀가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님에 대한 수사가 들어올 때만 민주당과 당원들이 나서서 함께 싸워주길 기대하고, 당신은 텃밭에서 뒷짐 지고 농사나 짓고 책방에서 책이나 팔고 독후감이나 쓰는 것이 맞는가? 본인이 필요한 때만 이용하고, 당원과 국민은 호구인가? 진짜 비겁하고 부끄럽게 생각하셔야 한다."

이 글 중 '당원과 국민은 호구인가' 등 일부는 이재명 대표에게 되돌려주고 싶다. 당 소속 170명 현역 국회의원과 당원들, 지지자들을 '사법 위기 방어'라는 본인의 필요에 따라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 전 대통령과 다른 점이 있다. 전직 대통령이란 한계로 당내 30명 안팎의 친문 현역 의원들만 열성적으로 방어하는 데 비해 민주당 전 조직이 총동원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마치 전쟁을 치르는 병사들처럼 역할을 분담해 진지를 구축하고 돌격 부대를 따로 뒀다. 고상한 척 뒤로 빠진 대표를 대신해 김민석 수석 최고위원이 이끄는 지도부 회의는 전시 사령탑이다. 방탄 전략을 짜고 공중전을 벌인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연일 '탄핵' '하야' '임기 단축' 발언을 쏟아내며 충성 경쟁을 하느라 민생 논의는 뒷전으로 밀렸다.

거대 야당의 입법권은 사유화했다. 탄핵, 특검법안이 이렇게 난무하는 국회는 일찍이 없었다. 판사 회유에도 입법권이 동원됐다. 각 개인이 헌법기관이니 존중하라고 외치던 의원들은 무조건 지도부가 정한 당론, 지침에 따른다. 거수기 신세를 거부했던 비주류는 4월 총선 때 모조리 '비명횡사' 당했다. 그 자리를 차고 들어간 초선들은 여러 모임을 결성해 방어선의 최선봉에 서 있다. 민주당이 일사불란한 단일대오를 갖춘 건 공천권과 인사권을 손에 쥔 이재명 대표의 치밀한 방탄 전략에 따른 결과다. 총선 공천을 통해 1극 체제의 기반을 닦은 뒤 국회 원 구성, 전당대회를 통해 명실공히 '이재명 당'을 완성했다.

국회의장(우원식)에 자기 목소리를 잘 내지 않는 인물을 앉혀 안건 본회의 회부 등 의사일정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법사위원장(정청래), 과방위원장(최민희) 등 주요 상임위원장 자리는 독선적으로 회의를 이끌 수 있는 인물들로 채웠다. 전당대회에선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 같던 후보(정봉주 등)의 힘을 빼고 충성심 강한 후보(김민석 등)를 전폭적으로 밀어서 방탄 사령부로 삼았다.
사당화의 내적 목표는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 전부를 공동운명체로 묶는 일이었다. 중심에 있는 이재명 대표를 빙 둘러싼 성벽을 만들어서 철통 방어에 나서기 위한 수단이다. 한쪽 성벽이 뚫리면 성이 함락되니 모두 함께 망하는 구조다. 따라서 이들이 살아남는 길은 딱 하나, 이재명 대표가 몰락하지 않고 버티다 나중에 정권을 잡는 방법밖에 없다. 심지어 이재명 사법 위기와 연결된 인물들도 오직 그 순간만을 기다리며 이를 악물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모든 의혹 사건에 연루된 핵심 측근(정진상), 원조 비리 의혹인 대장동 사건의 몸통(김만배), 가장 죄질이 무거운 대북송금 사건의 공범(이화영)이 입을 다무는 이유도 짐작이 간다. '개딸'을 중심으로 한 열성 지지층도 오로지 정권 잡는 그날을 기약하며 '묻지 마' 식 호위를 한다.

좌파 진영이 온갖 비난을 감수하고 무리수, 억지를 남발하는 진짜 이유는 정권교체를 위해선 이재명과 견줄 인물이 없다는 대안 절대 부재론에서 찾을 수 있다. 7개 사건, 11개 혐의로 4건의 재판을 받는데도 모든 걸 검찰의 조작이라고 우기는 무모함도 대안 절대 부재론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좌파 진영의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 꿰뚫고 있는 이재명 대표가 이를 이용하고 있다. 누구처럼 이미 대통령을 지낸 뒤 텃밭에서 농사짓고 책 파는 처지였다면 절대 통하지 않을 방식이다. 당 지도부가 철 이른 집권 플랜을 발표하고 대선 캠프 같은 조직을 만들며 그림자 내각 운운하는 건 '미래 권력' 이미지를 각인하기 위해서다. 지난 주말 집회에서 조기 대선 가능성을 시사하는 구호가 난무한 건 미래 권력이 더 빨리 올 수도 있다는 선동이다.

이 지점에서 따져보자. 만일 '이재명 사법 위기'가 없었어도 다수당인 민주당이 거리로 뛰쳐나갔을까. '김건희 의혹'이 실제 있더라도 진실 규명을 하기도 전에 그게 대통령 탄핵 거리라고 우길까. 정기국회 처음과 끝을 온통 정치 구호로 도배할까. 결국 이재명 대표가 생존을 위해 펼친 도박판에 좌파 정치 전체가 뛰어들어 전 재산을 베팅한 꼴이다. 그런데 아무리 따져보아도 대박 터뜨릴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곧 나올 1심 선고 두 개가 유죄면 그때라도 '피고인 이재명'과 손절해야 한다. 1극 체제가 무너지면 좌파 정치 전체가 몰락한다. 이는 국가에도 큰 손해다. 물론, 이재명이 무죄 받으면 우파 정치가 위험해진다.

송국건 (객원논설위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