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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준의 눈]“김민재가 있어 쿠웨이트 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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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 선임 기자

승인 : 2024. 11. 15. 13:05

비대칭 전술로 제압, 집중력 저하는 '옥에 티'
이규준 장안대 축구팀 감독
이규준 프로축구연맹 기술연구그룹(TSG) 위원 겸 장안대 감독/제공=전형찬
통쾌한 승리였다. 어웨이 경기의 어려움을 극복한 3-1 대승이었다. 이규준 프로축구연맹 기술연구그룹(TSG) 위원(장안대 감독)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한국- 쿠웨이트 전을 분석했다.

- 오늘 경기 전체적으로 어떻게 봤나.

"대한민국의 완승이다. 모든 면에서 앞섰다. 특히 경기가 거듭될수록 선수들의 조직적인 플레이가 살아나고 있다. 그 점이 돋보였던 경기였다."

- 지난 경기에 비해 가장 발전한 부분이라면.
"패스의 완성도가 높았다. 특히 중앙 하프 스페이스에서의 콤비네이션 플레이가 좋았다. 훨씬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다."

- 전반에 2-0으로 밀리면서도 쿠웨이트가 계속 수비만 한 이유는.

"글쎄, 그 점이 저도 궁금하다. 짐작하자면, 단판 승부가 아니고 홈앤드어웨이 더블 리그니까 지더라도 적게 지자는 식으로 신중하게 경기했다고 볼 수 있겠다."

- 오늘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추격골을 허용해 2-1이 됐을 때다. 쿠웨이트에게 반전의 기회가 생겼다. 만약 쿠웨이트가 그 상황에서 훨씬 더 공격적으로 밀어붙였다면 우리가 위험한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었다고 본다."

- 그런데 왜 쿠웨이트는 더 공격적으로 못 나온 건가.

"대한민국의 공격진이 워낙 짜임새 있게 들어오니까 추가 실점하는 것이 두려웠을 것이다."

- 예상대로 배준호 선수가 멋진 골을 넣었다.

"손흥민 선수를 본인이 가장 잘할 수 있는 포지션인 왼쪽 윙포드로 넣었고, 배준호 선수가 후반전에 출전했다. 배준호 선수는 아주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 특히 골 넣는 장면을 보면, 그 어린 선수가 참 침착하게 움직였다. 동선 디자인이 간결하고 깔끔했다. 골 넣는 걸 보고, 앞으로 배준호 선수의 플레이를 기대하는 재미가 있지 않겠나 생각했다. 기대가 크다."

- 오늘 경기에서 부족했던 점은.

"역시 실점 부분이다. 실점 직전까지 완벽하게 상대를 제압하며 경기했는데도 불구하고, 단 한번의 역습에 골을 먹었다. 집중력을 유지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 집중을 안 하고 놓친 부분이 어떤 점인가.

"축구의 속성상 원사이드하게 가다 보면 아무래도 수비진의 집중감이 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험상 2-0에서 2-1로 가는 순간 반전이 많이 일어나더라. 2-1은 그래서 가장 역동적인 스코어다. 상대적으로 약했던 팀도 2-1을 만들면 순간적으로 팀 분위기가 급상승한다. 반대로 아무리 강팀이라도 그 분위기에 휩싸이면 남은 시간이 굉장히 위험할 수 있는데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 교체 타이밍이나 교체 선수 선정은 좋았다고 보나.

"다 좋았다. 너무 젊은 선수들 위주로 교체해서 조금 걱정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문제점이 보이지 않았다. 스코어가 2-1인 상황에서 교체를 단행했다는 건 그만큼 홍명보 감독이 선수들을 믿었다는 뜻이다. 선수들도 이점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 다음 경기는 어떻게 예상하나.

"아마도 오늘 경기의 포맷이 그대로 유지되지 않을까."

- 전술적으로 돋보였던 부분은.

"비대칭 전술이다. 왼쪽 라인은 손흥민 선수가 전문 공격수로서 윙포드 역할을 그대로 했다면, 오른쪽 라인은 달랐다. 이강인 선수가 철저하게 하프 스페이스 안으로 들어와서 공격형 미드필더의 역할을 소화했다. 오른쪽에서 설영우 선수의 활용도를 극대화한 거다."

-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 달라.

"상대가 내려서 있으니까 숫자적인 우위를 확보하자는 의도로 간 것이다. 또 중원에서 좀 더 짜임새 있는 플레이를 하기 위해 이강인 선수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용했는데, 이점도 굉장히 돋보였다. 이 전술이 앞으로도 우리 팀의 주요 공격 루트가 될 것으로 본다."

- 어떻게 보면 상대의 전술에 맞춰서 우리가 대응한 거라고도 볼 수 있나.

"그런 면이 분명히 있다. 홍 감독이 우리와 같은 조 나라들의 분석을 철저히 하고 있을 것이다. 팀별 분석을 통해 지금 같은 전술이 나왔다고 본다."

- 상대에 따른 맞춤형 전술인가.

"그렇다. 상대팀에 대한 정밀 분석 없이는 오늘처럼 완벽히 지배하는 경기를 만들 수 없다. 다음 경기 팔레스타인전은 오늘과 똑같이 가지는 않을 거다. 기본 틀은 유지하겠지만, 다양한 옵션을 계속 선보일 거다."

- 오늘은 우리가 라인을 상당히 올리고 경기했다.

"그렇다. 어쨌든 쿠웨이트가 상대적으로 내려가 있었으니까 라인을 많이 올렸다. 우리 선수들을 또 좀 칭찬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공을 뺏겼을 때 공격진이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점이다."

- 경기의 완성도가 점점 올라가고 있다.

"굉장히 발전하고 있다. 홍 감독이 선수와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앞으로도 세부 전술이라든가 약속된 플레이 등 완성도는 점점 높아질 것이다."

- 경기 중 홍감독이 전술을 미세 조정한 부분이 있나.

"있다. 선수들 활용도가 여러 가지로 좋았다. 중앙 미드필더로 박용우와 황인범을 썼는데, 쿠웨이트가 생각보다 훨씬 더 수비적으로 나오니까 수비형 홀딩 미드필더의 롤을 거의 박용우에게 다 맡겼다. 그리고 황인범이 공격적으로 위로 많이 올라갔다. 홍명보 감독의 능력이다. 상대의 전략 전술을 보며 대응책을 마련해 선택한 카드다."

- 어떻게 보면 홍 감독이 지난 경기에 비해서 조금 더 과감해졌다, 자신감이 생겼다, 이렇게 볼 수도 있나.

"팀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감독은 훨씬 더 안정적으로 자기 색깔을 낼 수 있다. 또 우리 선수들이 국내외 소속팀에서 계속 좋은 성적을 내고 있으니까 감독으로서는 가용할 수 있는 전술이 훨씬 많아졌다고 본다."

- 끝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까 얘기한 대로, 순간적인 집중력 저하로 실점하는 것을 없애야 한다. 3-1 상황에서 골대 맞은 것도 사실 들어갔으면 굉장히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국의 공격력은 3차 예선 같은 조의 어떠한 팀을 만나도 여러 골 득점이 가능하다. 공격력은 충분히 갖췄다. 그래서 수비의 집중력과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우리 대표팀이 앞으로 꼭 개선해 나가야 하는 점이다."

- 3골 중에 가장 완성도 높았던 골은.

"다 좋았지만, 페널티킥이 만들어질 때의 과정이 가장 완벽했다. 좁은 중앙 공간에서 콤비네이션 원터치 다이렉트 플레이로 손흥민까지 연결되는 과정은 정말 뛰어난 플레이였다."

- 오늘의 수훈선수는.

"김민재다. 워낙 수비 리딩이 좋았다. 옥의 티를 빼면, 모든 면에서 조유민 선수와 정말 안정된 수비라인을 구축했다. 위기 상황을 미리 다 막아서 위험한 상황 자체가 나오지 않은 것이다. 그것이 오늘 승리의 가장 큰 요인이다."

장원재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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