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칼럼] 인도는 기업생존을 위한 미래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review.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205010002879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12. 05. 17:46

김응기 대표
김응기 인도연구원 이사. 전(前)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도어과 겸임교수
'억'하는 단위가 인도에서는 '크로(crore)'다. 1 크로는 원화로 1억6000만원 정도인데 일상에서 이 단위가 불리는 일은 드물다. '크로'를 꿈의 단위로 여기는 인도인이 적지 않다. 그런 인도 사회가 현대자동차가 기업공개로 2만7870크로 (4조5000억원)을 '먹튀' 한다는 소문에 술렁이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0월에 '한국' 현대자동차가 100% 보유한 '인도' 현대자동차의 주식 중 17.5%를 액면가 50배로 기업공개에 나섰는데 개인투자자 참여는 기대 이하였다. 그나마 기관 매수에서 만회하여 최종 2.5배 청약으로 마감되어 '현대' 평판에 흠나는 것은 겨우 면했다.

물론 먹튀는 근거 없다. IPO로 확보되는 자금은 인도를 글로벌 허브로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비전을 인도 집권당(BJP)의 모태인 구자라트 주(州)에서 밝힌 바 있다. 그런데도, 기업공개 수익금은 오로지 한국 현대 주머니로 들어가는 등 '먹튀'라는 악소문으로 많은 개인투자자가 공모를 포기하였다. 인도 진출 30년, 성공 신화의 반열에 오른 현대자동차도 인도인을 오롯이 품기에 2% 부족했다.

필자가 인도에 첫발을 디딘 1991년부터 줄곧 지켜본 한국의 인도 진출은 시즌 II에 들었다. 삼성, 현대 그리고 LG 등이 주도적으로 진출하며 한국의 대(對)인도 수출을 이끈 시즌 I과 달리 II에선 단지 수출을 늘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지에서 인도와 성장 동행을 꾀하고 있다. 글로벌 G3를 향하고 있는 인도 미래와의 동행이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인도의 눈높이에 맞춘 소통과 공감이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노동인구가 격감하는 한국은 중국이후 시장과 글로벌 공급망 재구축으로 인도와의 관계 설정이 시급한데 학문적 접근도 아닌 흥행을 쫓는 가십거리의 인도 과거로 현재 인도를 '안티'하는데 머물러 있다. '부정적'으론 현재는 물론 인도의 미래를 볼 여지가 없다.
인도의 현재와 미래를 수긍하는 해외기업의 인도 진출은 짐작하는 것보다 많다, 성공의 과실도 생각 이상이다. 성공 끝에 인도인에 의해 애초부터 '인도기업'이듯 추앙받은 사례도 숱하다. 8세기에 이민으로 들어온 아리안이 창업하여 자타공인 인도 제1의 기업이 된 타타그룹(Tata)이 첫 예이고 현대사에서는 네덜란드인 2인이 창업한 L&T 그룹은 거의 모든 인프라 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인도를 대표하는 건설과 중공업 기업이다. 여기에 '해외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붙이지 않는다. 라면시장에서 'Maggi' 브랜드로 점유율 60%, 1위를 차지한 기업은 스위스 네슬레이다. 이런 예는 거의 모든 산업에서 찾을 수 있다. 현대가 2위인 자동차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기업도 일본 기업, '마루띠 스즈키'이다.

그런데 우리 주변의 인도 평가는 무책임할 정도로 모호하다. 언론은 긍정 속에도 부정하는 등으로 우왕좌왕하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기업도 어정쩡하다. '부정적 인도관'와 '긍정적 인도관'이 어중간하게 나누어진 상황에서 여지를 어디에 두는가에 미래가 정해진다. '긍정적'에 더해지는 여지에는 인도와 더불어 나가는 미래가 있다. 그런데, 여건이 훨씬 안 좋았던 시즌 I에서도 열정적으로 도전했던 것과 달리 시즌 II에선 '부정적' 자세로 인도 전략에 잘못된 결정들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과 비교하여 10배에 가까운 사업장이 인도에 진출한 일본의 경우는 2005년경부터 인도의 미래에 비전을 두고 정부, 대학 그리고 기업이 인도 연구를 꾸준히 이어갈 뿐 아니라 확대하고 있다. 인도 연구가 늘기는커녕 있던 대학의 인도학과도 문을 닫고 입학정원도 줄어든 한국과는 다르다. 자원과 시장 그리고 글로벌 환경을 가진 인도에 미래가 있다고 여기는 일본은 불편한 인도이지만 이를 '긍정적' 자세로 대처하고 있다.

21세기의 인도는 글로벌 비즈니스의 터전이자 성장의 무대가 되었다. 인도는 거대한 시장일 뿐만 아니라 인도의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하여 글로벌로 진출하는 공급망 축으로도 우리가 택할 '미래'이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김응기 인도연구원 이사. 전(前)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도어과 겸임교수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