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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상봉 보니 해외 참전용사 어른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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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기자

승인 : 2014. 03. 09. 14:28

[기획 인터뷰] 국민포장 심호명 담제보훈사업회장 "더늦기 전 참전용사에 고마움 전해야"
심호명(오른쪽) 담제보훈기념사업회장이 지난 6일 정원홍 국무총리로부터 6·25전쟁 60주년 사업에 기여한 공로로 국민포장을 받고 있다. 심 회장은 수억 원의 자비를 들여 해마다 해외 참전용사들을 찾아 보은행사를 열고 있다. / 사진=국가보훈처 제공
아시아투데이 김종원 기자 = “지난달 60년 만에 재회하는 남북 이산가족들을 보면서 아직도 병상에 누워 죽을 날만 기다리는 해외 참전용사들 때문에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박근혜대통령도 강조했지만 이산가족들의 생사확인과 서신교환, 화상상봉, 상봉정례화도 꼭 이뤄졌으면 합니다.”

지난 6일 정홍원 국무총리로부터 6·25전쟁 60주년 사업 유공자로 국민포장을 받은 심호명 담제보훈기념사업회장(71·제주물산 대표)은 지난달 가슴 아픈 이산가족들의 재회를 보면서 병상에 누워 있는 해외 참전용사들이 눈에 어른거려 더 이상 상봉행사를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심 회장은 수억 원의 자비를 들여 2007년부터 한국전쟁 당시 전투병력을 파병한 해외 참전국과 참전용사들을 직접 찾아 다니면서 진정어린 보은행사를 열어 주고 있는 것에 대한 공로로 국민포장을 받았다.

유엔(UN) 산하 국제 봉사단체(NGO)인 밝은사회 국제클럽(GCS) 한국본부 총재도 맡고 있는 심 회장은 9일 오후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정전 60주년과 지난달 이산상봉을 보면서 한국전쟁 참전 유엔군으로 중상을 입고 60여 년 평생을 병상에 누워 고통 속에 찾는 이도 없고 가족도 없이 이젠 임종만을 기다리고 있는 노병들의 마음을 헤아리면 가슴이 아려옵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심 회장은 올해도 어김없이 오는 8월 닷새 동안 동행하는 일행들의 자비까지 대면서 미국을 찾아 보훈병원 병상에 누워 있는 참전용사들을 위로한다. 미40사단 사령부 건물 준공식에도 초청 받은 심 회장은 그동안 사단 장병들과 참전용사, 가평고와의 특별한 우정이 담긴 자료들도 역사관에 기증해 한미동맹을 영원히 기릴 예정이다.

심 회장은 “한국에 전투 병력을 보냈던 16개국에는 아직도 살아 있을 중상의 노병들이 있다는 것과 함께 그들 나라에 무한한 빚을 지고 있음을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면서 “해외 참전 용사들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오늘날 눈부시게 발전한 한국의 전후세대들이 참전용사들의 헌신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고 강조했다.

심 회장의 아버지인 고(故) 심송영 옹도 생전에 사재를 털어 경기 평택시 신흥동 야산에 한국전쟁 난민 정착촌을 개척해 150여 세대가 삶의 터전을 일구는데 한평생을 헌신했다. 부친의 남다른 뜻과 사회 봉사정신을 오롯이 이어받아 심 회장도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다.

심 회장은 해마다 한국전쟁에서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미국을 찾아 직접 준비한 선물들과 감사 메달·모자, 음식을 대접하는 위로연을 베풀고 있다. 젊은 날 목숨 바쳐 한국을 위해 싸운 것에 대해 한국 정부와 국민들을 대신해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 한국을 찾고 있는 해외 참전용사와 그 가족들을 위한 감사의 밤 행사도 열고 있다.

정원홍 국무총리(왼쪽 다섯째) 주재로 지난 6일 열린 6·25전쟁 60주년 유공자 훈·포장식에서 심호명(둘째) 담제보훈기념사업회장이 국민포장, 이현옥 상훈유통 대표(셋째)가 국민훈장 모란장, 캐스린 웨더스비 성신여대 초빙교수(여덟째)가 근정포장, 이강수 국방부 6·25전쟁 사업 태스크포스(TF)장(첫째)이 보국포장을 받았다. / 사진=국가보훈처 제공
심 회장은 “저는 전쟁을 목격한 세대로서 공산주의가 어떻게 침략했고 민주주의 진영의 유엔군이 우리를 어떻게 도왔는지를 알고 살았습니다”면서 “하지만 이젠 풍요로움 속에 그 기막혔던 과거가 잊혀져만 가는 세태가 두렵습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는 오늘날의 대한민국 부는 결코 우리 혼자의 힘으로만 일군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고 지적했다.

“국가도 나서 하기 힘든 일을 보이지 않게 하고 있다”면서 미 연방 하원 외교위원장인 ‘친한파’ 에드 로이스 의원(공화당)은 ‘심호명의 날’을 지정하고 직접 감사장을 전하며 오히려 심 회장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캘리포니아 미 하원과 로스엔젤레스 시장, 시의회도 감사장을 전했다.

한국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한국 국민을 위해 학교를 지어준 미40사단과 가평고의 60년 한·미 우정을 세상에 알린 심 회장은 지난달 가평고에 들어선 한미동맹 가이사 기념관을 건립하는데도 기틀을 놓았다. 한국전쟁 당시 전투파병국 필리핀과 캐나다를 방문해 참전 노병과 가족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지난해에는 ‘형제의 나라’ 터키를 비롯해 에티오피아, 영국, 호주를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현지 사정으로 안타깝게 연기해야만 했다.

심 회장은 “더 늦기 전에 수많은 해외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도움을 기억하고 감사하며 잊지 말아야 합니다”면서 “여건이 닿는 한 해외 참전용사들을 찾아 한국은 당신들을 잊을 수도 없고 잊지도 않을 것이라는 진정어린 마음을 전할 계획입니다”라고 다짐했다.

심 회장은 “한국을 위해 전투 병력으로 참전한 16개국 장병들은 젊은 나이에 부상을 당해 본인은 물론 그 부모와 형제, 자매, 자식들까지도 경제적, 정신적으로 피폐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면서 “전쟁을 치룬 당사국인 우리도 이산가족들을 보면서 기가 막힌데, 젊은 날 들어 보지도 못한 한국이라는 나라를 위해 싸우다 전사하거나 다친 장병들의 가족 심정이 어떨지 깊이 헤아려봐야 합니다”고 말했다.

이번 정부의 6·25전쟁 60주년 공로자 훈·포장식에서는 심 회장을 비롯해 이현옥 상훈유통 대표가 국민훈장 모란장, 빈센트 커트니 캐나다 참전용사가 국민훈장 동백장, 윌리엄 웨버 미국 참전용사가 국민훈장 석류장, 캐스린 웨더스비 성신여대 초빙교수가 근정포장, 이강수 국방부 6?25전쟁 사업 태스크포스(TF)장이 보국포장을 받았다. 한종우 미국 시라큐스대 한반도문제연구소 교수와 6·25 참전유공자회가 대통령 표창 등 개인 13명과 7개 단체가 훈·포장을 받았다.
김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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