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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화재, 많고 더 위험하다?”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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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윤 기자

승인 : 2024. 08. 29. 11:00

전기차 화재율, 내연기관차보다 적어…배터리 원인 소수
전기차 화재, 무조건적 열폭주 발생하지 않아
전기차, 내연기관차보다 화재 확산 속도 빠르지 않아
전기차, 지하주차장 화재에 '더 위험'은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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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그룹
지난 1일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 이후 이른바 '전기차 포비아'가 나타나고 있다. 일부 잘못된 정보와 막연한 오해가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 확산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25일 전기차 화재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현대자동차·기아 등 완성차 업체와 LG에너지솔루션 등 배터리 제조사는 배터리 정보를 공개하고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의 기술력을 전파하는 등 전기차 공포심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기차 화재율, 내연기관차보다 적어…배터리 원인 소수

최근 전기차 화재의 언론 보도가 늘어나며 '전기차는 화재가 많다'는 인상을 주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29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1만대당 화재 건수는 지난해 기준 비전기차는 1.86건, 전기차는 1.32건으로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또한 전기차 화재 발생 비율은 비전기차에 비해 30% 정도 낮은 상황이다.

통계는 충돌 사고·외부 요인·전장 부품 소손 등에 따른 화재를 모두 포함하고 있고 초소형 전기차·초소형 전기화물차·전기삼륜차까지 함께 집계되기 때문에 이런 요인을 제외하면 승용 전기차에서 고전압배터리만의 원인으로 화재가 난 사례는 훨씬 줄어든다.
전기차 화재, 무조건적 열폭주 발생하지 않아
'전기차 화재는 열폭주 때문에 진압이 어렵고 차량이 전소되어야 불이 꺼진다'는 주장도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부품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한 대부분의 전기차 화재는 배터리 열폭주를 수반하지 않는다.

배터리팩은 고도의 내화성·내열성을 갖춰 배터리 이외 요인으로 화재 발생 시 불이 쉽게 옮겨붙지 않는다. 배터리 화재의 경우에도 최신 전기차에는 열폭주 전이를 지연시키는 기술이 탑재돼 조기진압 시 화재 확산 방지가 가능하다.

지난해 7월 경기도소방재난본부가 실시한 '전기차 화재 진압 시연회'에서 조선호 경기소방재난본부장은 "전기차 화재의 초진이나 확산 차단이 내연기관 차량보다 더 어려운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전기차 화재의 특성 파악과 소방 기술의 발전에 따라 화재 진압 시간을 줄여주는 여러 화재 진압 솔루션도 등장했다. 업체들은 전기차 화재 진압 시간을 10분 내외까지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기술을 앞다퉈 개발 중이다.

전기차, 내연기관차보다 화재 확산 속도 빠르지 않아

전기차 화재는 배터리의 열폭주를 동반해 온도가 1000도 이상으로 치솟기 때문에 내연기관차 화재보다 위험하고 피해가 크다는 주장도 사실과는 다른 면이 있다. 기본적으로 배터리 1kWh의 열량은 3.6메가줄(MJ)로 가솔린 1리터의 열량 32.4메가줄 대비 크게 낮다.

중형급 가솔린차는 약 50Lℓ 연료탱크, 전기차는 80kWh급 배터리가 탑재되며 연료가 100% 채워진 상태에서의 열량은 각각 1620메가줄과 288메가줄로 환산된다. 따라서 같은 차급이더라도 가솔린차가 지닌 에너지량이 전기차에 비해 월등히 높다.

전기차, 지하주차장 화재에 '더 위험'은 오해

지하주차장 등 실내에서 자동차 화재가 발생한 경우 전기차·내연기관차 등의 차량 종류와 무관하게 스프링클러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화재소방학회에 따르면 스프링클러 작동만으로도 인접 차량으로의 전기차 화재 전이를 차단할 수 있다. 전기차 화재에 특화된 하부 스프링클러까지 설치된다면 배터리 열폭주 가능성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실제로 지난 5월 전북 군산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해 45분만에 진화됐고 인접 차량은 2대만 화재가 아닌 소화 활동에 따른 피해를 입었다.

배터리 100% 충전해도 안전

최근 일부 지자체는 배터리 충전량(SoC) 90% 이하의 전기차만 공동주택 지하주차장 출입을 허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나 배터리 충전량은 화재 발생과 연관성이 미미해 '충전량 제한'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대차·기아 등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기차 배터리를 100% 충전해도 충분한 안전범위 내에서 관리되도록 설계했다. 이는 고객에게 보여지는 시스템 상의 100%가 실제로는 완충이 아니기 때문이며 만에 하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BMS가 과충전을 차단하고 제어한다.

일반적으로 배터리 충전량은 총 열량과 비례하기 때문에 화재의 규모나 지속성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배터리 화재의 원인은 셀 자체의 제조 불량 또는 외부 충격 등에 의한 내부적 단락이 대부분이다. 특히 현대차·기아는 과충전에 의한 전기차 화재는 0건임을 강조했다.

자동차 업계는 고객의 전기차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해 전기차 안심점검 서비스·배터리 기본 점검 강화·전기차 생애주기 통합지원 프로그·BMS 순간 및 미세 단락 감지 기술 적용·배터리 이상 징후 문자메시지 전송 등을 시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기회로 전기차·전기차 화재에 대한 사실관계를 명확히 해 일반 시민들이 잘못 알고 있는 정보로 인한 전기차 공포심을 줄이고 사회 전반이 일관성 있고 건설적인 준비를 통해 전기차 시대를 올바르게 맞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희망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배터리 셀 제조사와 함께 품질을 철저히 관리하고 BMS를 통한 사전 진단으로 더 큰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배터리 이상징후 통보 시스템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소방청은 오는 11월 20일까지 3개월간 스프링클러 설비가 갖춰진 전국 아파트 지하주차장 중 10%를 대상으로 화재안전조사를 시행할 예정이며, 전기차 화재진압 전용장비 확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짐.

강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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