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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건의 현장정치] 여객기 참사 수습에 드리운 탄핵 집착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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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12. 3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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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논설위원
지난 일요일(29일) 오전 전남 무안공항 여객기 대참사가 발생한 직후, 야권은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 '탄핵' 등을 외치는 정치 놀음에 푹 빠져 있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오전 10시 7분쯤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일을 향해 쏴라!-부치·선댄스. 국민을 향해 쏴라!-윤·한"이라는 글을 올렸다. '내일을 향해 쏴라'는 영화 제목, 부치와 선댄스는 등장인물이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공소장에 윤석열 대통령이 "총 쏴서라도"라고 했다는 내용이 있는 걸 풍자한 듯하다. 문제는 글을 게시한 시점이 무안공항 대참사 1시간 후였다는 점이다. 속보가 연달아 전해지면서 국민이 안타까워 어쩔 줄 몰라 발을 동동 구를 때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그걸 외면하고 정치 메시지를 던졌다.

당의 창업주(조국)가 구속된 조국혁신당은 무안공항 참사가 일어난 직후에도 '탄핵 타령'을 했다.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은 고인의 명복을 빌고, 사고 수습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례적인 말만 한 뒤 현장으로 달려가던 중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뒤에 대고 탄핵을 겁박했다. 김선민 대행은 "세 명의 헌법재판관 후보를 즉각 임명하지 않으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의무 위반이자 탄핵 사유"라고 했다. 때와 상황을 가리지 못하는 지독한 탄핵 집착증이다.

이 대표는, 뜬금없는 '국민을 향해 쏴라' 풍자에 대한 논란이 일자 그 글을 지웠다. 대신 "일분일초가 시급한 위기 상황이다. 당국은 행정력과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조속히 사고를 수습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해 달라"고 당부하는 글을 올렸다. 당직자들도 일제히 거들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관련 당국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용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대응에 총력을 기울여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황정아 대변인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은 정부의 제1책무"라고 서면 브리핑했다.

그런데 민주당 지도부가 정부의 책무, 행정력 총동원 등을 강조한 대목이 관련 기사 댓글 등을 통해 오히려 비판의 대상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탄핵해서 사실상 국정 공백 상태에 들어가도록 만든 세력이 민주당인 까닭이다. 심지어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행인 최상목 부총리까지 고분고분 말을 듣지 않으면 탄핵해서 직무를 정지시키겠다고 위협 중이다. 공석인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하라는 압박인데, 이재명 집권 플랜과 직접 연결된 사안이다.
실제로 막강한 권한과 상징성을 가진 대통령이 나서서 재난 상황을 관리할 때와 권한대행이 그 역할을 대신할 때의 실효성은 같을 수 없다. 더구나 지금은 대통령 역할을 대신하는 인물이 국무총리도 아니고 전통 경제관료 출신인 경제부총리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직무가 정지돼 있다. 재난 관리의 책임 부처는 행정안전부인데, 이상민 전 장관의 사퇴로 장관이 공석이다. 이 전 장관은 계엄령 사태에 책임이 있다며 민주당이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자 곧바로 사퇴해 버렸다. 대통령-국무총리-행안부 장관으로 이어지는 재난 관리 핵심 책임자 세 사람이 모두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무안공항 참사가 터졌다.

민주당 일각에선 국무위원 5명을 통째로 탄핵해 국무회의 의사정족수(11명)를 못 채우게 만들어야 한다는 말까지 최근에 나왔다. 국무회의가 마비된 채 국가적 대재난을 감당하는 아찔한 순간을 맞을 뻔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은 사상 초유의 줄탄핵을 단행했다. 한덕수 총리 탄핵소추안이 29번째였다. 이 가운데 13건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직무가 정지되면서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행정부나 사법부 소속 공직자에 대한 탄핵은 입법부의 고유권한이긴 하다. 그러나 민주당이 장악한 입법부는 탄핵권을 변칙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을 의결해 헌재로 넘기는 건 공직자의 파면 여부를 판단해 달라는 절차다. 그런데 민주당은 파면 거리가 아니란 걸 뻔히 알면서 탄핵소추안을 줄줄이 통과시킨다. 파면이 아니라 헌재의 심리가 이뤄지는 동안의 직무 정지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12·3 비상계엄령 사태 이전엔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이재명 대표 수사 검사 길들이기용(用) 탄핵이 이어졌다. 사상 초유의 검사 탄핵 청문회를 열어 지지층 결집에 활용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 직무 정지 이후엔 국정 주도권을 틀어쥐기 위해 탄핵 카드를 남발한다. 사유는 딱히 없다. 한덕수 총리의 경우 5가지 탄핵 사유를 댔지만 모두 허술했다. 차라리 '이재명 대표 뜻에 고분고분 따르지 않은 죄'라고 하는 게 솔직하다.

야권의 탄핵 집착증은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 뜻밖의 비상계엄령 사태로 나라 전체가 비상 상황이 돼 버렸는데, 그걸 수습한다면서 탄핵을 남발하는 바람에 일이 더 꼬이고 있다.

특히 국정 컨트롤 타워의 실질적 부재로 나라에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할지 불안감이 깊었다. 그 상황에서 무안공항 참사가 발생했다. 수습에 차질이 빚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국민이 정치 혼란의 직접 피해자가 되면 절대 안 된다. 탄핵정국을 장악하고 있는 이재명 대표가 심각하게 고민할 대목이다.

송국건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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