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사건 최우선 방침에…다른 사건 지연 가능성
151명 vs 200명 기준도 문제…‘무한 탄핵 열차’ 위험
‘6인 체제’ 재판관 피로감…선고 가능 여부도 논란
|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 2004년 이후 올해까지 총 16건의 탄핵심판을 접수받았는데 이중 절반이 넘는 9건이 올해 접수된 사건이었다. 구체적으로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시작으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2021년 임성근 전 법관이 심판을 받았다.
그러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총 13건의 탄핵사건이 헌재로 넘어오게 됐다. 2023년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안동완·손준성·이정섭 검사가 탄핵 소추됐다. 올해 탄핵소추된 공직자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최재해 감사원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조상원·최재훈 검사 △박성재 법무부장관 △조지호 경창청장 △윤석열 대통령 △한덕수 국무총리 등 9명이다. 현재 헌재에서 손준성 검사와 올해 접수된 탄핵심판까지 총 10건의 심리가 진행 중이다.
진행중인 탄핵사건 만 10건에 달하면서 헌재의 '행정적인 절차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헌재법 38조는 헌재에 사건이 접수된 날부터 '180일 이내'에 선고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키지 않더라도 불이익은 없지만, 소추된 순간부터 당사자의 직무가 정지되는 탄핵심판의 특성상 '최대한 빠르게 결론이 나와야 한다'는 인식이 법조계에서 통용되고 있는 만큼 헌재 입장에선 기한내 심리종결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심판의 우선 수위가 문제된다. 실제 정형식 헌재 재판관은 지난 27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1차 변론준비기일에서 "대통령 탄핵사건이 어떤 사건보다 중요하다"면서 '최우선 처리 방침'을 강조하기도 했다. 탄핵 사건 가운데 비교적 늦게 접수된 대통령 탄핵 사건이 앞 순서로 오면서, 다른 사건들은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
국무총리를 기준으로 할 때는 '151명(재적인원의 1/2)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탄핵소추를 가결시킬 수 있다. 반면 '대통령 권한대행'을 기준으로 하면 대통령 탄핵소추 가결 정족수인 '200명(재적인원의 2/3)' 이상이 필요하다. 최근 국민의힘은 정족수를 151석으로 해석해 한 총리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것을 두고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현재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 의석수가 과반수를 웃도는 192석인 만큼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소추 기준을 대통령이 아닌 본래 직무로 적용한다면 야권 주도로 얼마든지 '무한 탄핵 열차'가 가동될 수도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헌재가 기준 제시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어 헌재로서도 섣부른 판단이 부담스런 대목이다.
'재판관 부족'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로 헌재 재판관들의 육체적·심적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는 점도 시급히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내년 4월 18일 문형배·이미선 재판관마저 퇴임을 앞두고 있는 만큼 더이상 재판관 부족상태를 방치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또 6인 체제에서 선고 적법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헌재법상 탄핵심판 심리에는 7인, 선고에는 6인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헌재가 지난 10월 심리 정족수를 7인 이상으로 둔 법 조항에 대한 효력을 정지시키면서 재판관 6명이 사건을 심리할 수는 있지만, 선고가 가능한지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한 상태여서 헌재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실제 헌재는 이날 "6인 선고 가능 여부를 두고 여전히 논의 중이지만,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6인 체제와 관련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측에 "재판관 공석이 조속히 채워지길 바란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져, 7인 이상의 재판관이 있어야 논란 없이 탄핵심판 진행이 안전하게 가능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