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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지주 회장직을 비롯해 사실상 '지주 2인자' 역할의 전략기획부문장, 은행장 등 중책은 모두 경남과 관련된 인물이 꿰찼다. 경남 합천을 고향으로 둔 데다 합천 율곡농협 5선 조합장 출신인 강 중앙회장이 금융지주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동향을 적재적소에 배치할 것이라는 금융권 안팎의 예측이 적중한 셈이다.
우선 지주 회장에 내정된 이찬우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행정고시 31기의 관 출신인 데다 금융권 이력을 가진 인물로 평가되고 있지만, 지난 2020년 5월부터 경상남도청 경제혁신추진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이력이 있다. 또 부산 출신으로 지리적인 요인에서도 강 중앙회장과 가깝다.
올해부터 임기를 부여받은 이재호 전략기획부문장(부사장) 역시 경남 하동 출신인 데다, 강 중앙회장이 율곡농협 조합장으로 재임 중이던 지난 2018년 농협은행 합천군 지부장을 맡았던 경력이 있다.
강태영 신임 농협은행장도 경남 진주 출신이다. 송춘수 신임 농협손해보험 대표는 강 회장과 같은 경남 합천 출신이다. 박병희 신임 농협생명 대표는 경북 청도 출신이지만 경상도라는 큰 틀에서 관련 인물로 엮이고 있다.
농협금융은 지난 2012년 '금산분리(금융과 산업 자본의 분리)'와 유사한 '신경분리(신용과 경제 부문의 분리)' 조치에 따라 독립성을 확보했다고 단언하지만, 이 같은 이유 탓에 여전히 중앙회의 그늘에 있다고 평가되는 것이 현실이다. 중앙회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데다, 매번 인사에 있어서도 중앙회의 입김이 상당했다는 점은 공공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간 신임 중앙회장의 취임에 따라 금융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까지 사표를 내는 것은 관행처럼 여겨져 왔다. 또 농협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도 중앙회장이 임명한 비상임이사가 자리하며 중앙회장의 의중을 전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당국이 농협금융의 인사에 대해 태도를 바꿨다는 점 역시 향후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떨어뜨린다. 내부통제 실패 원인으로 중앙회의 과도한 인사 개입 등 지배구조 문제를 손꼽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던 것과 달리, 농협의 '특수성'을 어느 정도 참작하겠다는 뉘앙스를 풍긴 까닭이다. 최근 이복현 금감원장은 강 중앙회장의 최측근으로 꾸려진 농협금융의 인사에 대해 "금융에 대한 경험에 더해 농민과 농업에 대한 애정과 이해도를 가진 사람을 선임하신 걸로 이해하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어수선한 정국을 틈타 또 다시 되풀이된 금융지주에 대한 중앙회의 영향력 행사. 특수성을 핑계로 흔들리는 농협금융의 지배구조가 고객들에게 피해로 전가되지만 않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