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에 건전성 지표 하락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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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정책이 '밸류업 프로그램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직격탄을 받은 보험사로 현대해상이 꼽힌다. 올해 3분기 '순이익 1조 클럽'에 진입하는 등 호실적을 냈지만, 투자자들에겐 외면당하고 있어서다. 보험업계 숙원이었던 정부의 실손의료보험 개혁안도 사실상 반쪽자리가 되면서, 실손보험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현대해상의 실적 개선 기대감도 반감됐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해상 주가는 지난 20일 52주 신저가(2만3950원)를 경신한 이후로 2만5000원대 전후에 머물고 있다.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 1조원대를 달성하면서, 지난달 14일엔 종가가 2만8650원까지 치솟았지만, 한 달여 만에 주가가 다시 하락세를 걷는 모습이다. 상위 생명보험사 가운데에선 한화생명이 주가가 크게 꺾였다. 지난 27일 종가는 2500원이다. 지난 10월 초 대비 7% 가량 하락한 수치다.
현대해상과 한화생명의 주가 하락 배경은 배당을 지급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쏟아진 영향이다. 신계약 규모가 확대되면서 '해약환급금 준비금' 적립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약환급금 준비금이 늘어날수록 배당 재원이 줄어든다. 금융당국은 10월 2일 해약환급금 준비금 규제 완화안을 발표했는데, 건전성 지표 K-ICS(신지급여력·이하 킥스)비율 200% 이상인 보험사에 한해 적립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그런데 현대해상과 한화생명의 K-ICS 비율은 상반기 기준 각각 169.7%, 162.8%로, 200%에 한참 못 미치는 상황이다. 여기에 내년 금리 인하가 본격화되면 킥스 비율 하락 부담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현대해상의 경우 대표적 배당주로 꼽히는 만큼, 여러 가지 악재가 겹친 상황이다. 현대해상의 해약환급금 준비금 규모는 올 3분기 기준 4조4315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29% 늘어났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무·저해지 상품에 대한 계리적 가정 강화 행보에 킥스 비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는데, 실손보험 개혁안도 무한 연기된 상황이다. 이병건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현재의 제도 개정 방향성에 큰 변화가 없다고 보면 2~3년간 배당 재개는 어렵다"며 "최근 불거진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실손보험) 관련 제도가 힘있게 조기에 추진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고 분석했다.
/최정아 기자 newswoman@